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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민원실에 1년 내내 긴 줄…집회 '싹쓸이'

대기업들, 용역 시켜 집회 신고서 내

<앵커>

서울의 한 경찰서 민원실 옆에 가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1년 내내 24시간 서성이거나 졸고 앉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뭔지 궁금하시지요.

권지윤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의 한 경찰서 앞 불 꺼진 민원실 앞 천막에 사람들이 줄지어 앉아 있습니다.

이튿날 새벽.

고개를 숙인 채 졸고 땀에 젖은 머리를 빗기도 합니다.

[대기업 집회 용역직원 : 내용도 뜻도 모르고 여기서 24시간 서 있으면 수당을 받아요.]

돈을 받고 이들이 하는 일은 집회신고서를 내는 겁니다.

[대기업 집회 용역직원 : 저는요, 말 그대로 현대도 내고, KT도 내고, 삼성도 내고 다 내요.]

대기업들이 본사 앞에서 집회가 열리지 못하도록 용역을 고용해 집회 신청서를 먼저 내는 겁니다.

집회신고는 한 달 전부터 할 수 있는데 같은 장소에서 서로 집회를 하려 할 땐 신고서를 먼저 낸 쪽에 우선권을 주기 때문입니다.

[대기업 집회 용역직원 : 여기에 (용역직원이) 28명에서 30명 정도 있어요. (개인이 신고서 내려면) 한 달 반 정도 계속 기다려야 해요. 말 그대로 개인은 할 수가 없어요. 그쪽(대기업)에서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니까요.]

정작 집회 당일이 돼도 대기업 앞은 조용합니다.

대기업 본사 앞입니다.

경찰서에 신고된 내용대로라면 집회가 열려야 하는데 보시는 것처럼 아무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난 2010년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912일간 SK는 모두 902일 치 신고를 했지만 실제 집회는 단 한 번도 열지 않았고, 삼성은 886일치를 신고했지만, 실제 집회는 단 한 번, 현대자동차는 878일치를 신고했지만, 세 번만 열었습니다.

[박주민/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돈을 들여 사인이 막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기업들은 마구잡이식 집회를 막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고, 경찰은 형평성을 고려해 선착순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은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하겠냐고 하소연하지만, 돈으로 상품을 싹쓸이하듯 집회 권리를 원천봉쇄하는 해결방식이 합리화될 순 없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김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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