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줄어든 입양 아동…'베이비 박스'로 간 사연

입양 특례법 발효…출생 신고 대신 육아 포기 현상

<앵커>

한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베이비 박스'입니다. 미혼모들이 아기를 버리지 말고 여기에라도 맡겨 달라는 취지입니다. 지난달 발견된 한 여자 아기 옆에는 이런 편지가 남겨져 있었습니다. '혼자 키울 상황도 자신도 없었고 입양도 어려워지게 돼버렸습니다. 누구보다 예쁘고 소중한 아이, 부디 아프고 건강하게 돌봐주세요.' 지난달 미혼모가 아이를 키우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입양 특례법이 발효됐습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난 지금 뜻밖의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규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대표적인 입양 기관인 홀트 아동복지회에는 보통 한 달 평균 6~70명의 갓난아기가 들어옵니다.

그런데 지난달부터 갑자기 그 수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습니다.

[김돈영/홀트아동복지회 실장 : 입양대상아동이 평균 64명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31명이 들어왔습니다. 절반 이상 뚝 떨어진 셈이죠.]

또 다른 입양기관의 경우 지난달 들어온 아이가 25명으로 역시 월 평균치인 56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습니다.

[미혼 임신부/미혼모자시설 입소 : 한순간 사고로 원치 않는 임신까지 했는데 애를 낳고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면 그 애들은 나중에 사회생활 나가서 어떻게 해요?]

지난달부터 시행된 입양 특례법에 따라 친모가 출생신고를 해야만 입양 절차를 밟을 수 있습니다.

미혼모 입장에선 큰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정익중/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법원에 가야 되고, 그리고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을 해야되고, 본인이 굉장히 드러나야 한다 그렇게 생각이 되고…]

갑자기 미혼모 출산이 준 것도 아닌데 아기들은 어디로 간 걸까?

미혼모가 신생아들을 두고 가는 '베이비 박스'입니다.

한 달에 보통 서너 명의 갓난아기가 들어오지만, 지난달엔 9명, 이달 들어 벌써 5명이 들어왔습니다.

아기와 함께 남겨진 편지에는 '출생신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육아를 포기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종락/'베이비 박스' 운영 목사 : 상담전화 자체가 뭐 입양 특례법(때문에) 너무나 어려워서… 입양기관에 보내기가 너무 어려워서 안 된다. 그래서 포기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며 갑작스러운 입양 대상 아동의 감소에 대한 원인 파악도 못 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황인석·서진호, 영상편집 : 최은진)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