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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집트 무르시 대통령, 군부 완벽 제압

- 카이로 브리핑 22회 -

[취재파일] 이집트 무르시 대통령, 군부 완벽 제압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카이로 브리핑입니다. 한국은 올림픽 열기로 이곳 아랍권은 한 달에 걸친 라마단과 뒤이은 최대 명절 이드 알 피트르를 마무리하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이 곳 중동 질서는 거대한 지각변동처럼, 겉으로는 느껴지지 않지만 적지 않을 변화를 몰고 올 움직임이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우선 중동 최대 국가인 이곳 이집트에선 출범 두 달을 넘긴 무르시 대통령이 군부와의 권력투쟁에서 사실상 완승을 거뒀습니다. 올림픽 기간 중에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죽마고우이자 무려 21년간 국방장관을 지내 온 탄타위 사령관 등 군 수뇌부를 시나이 반도에서 벌어진 무장세력의 국경수비대 살해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전격 해임했습니다. 민주선거로 선출된 무르시지만 군부가 입법과 예산을 장악해 식물 대통령 논란이 있었는데, 실권을 쥔 군 핵심인사들을 단 칼에 정리한 것이죠.


 

탄타위 군부 무기력 굴복…난무하는 시나리오

그런데 이상하게도 탄타위를 비롯한 군 핵심인사들이 아무런 저항 없이 그대로 물러났습니다. 물론 대통령 고문 등의 자리를 보장받기는 했지만 군 통수권까지 장악했던 탄타위가 순순히 물러난 데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었다는 분석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선 21년간 군 내부 권력을 장악해 온 탄타위 등에 대한 군 내부의 반발과 배신을 무르시가 적절히 활용했다는 것인데요, 이번에 국방장관에 임명된 압델 파타 전 정보사령관이 탄타위 일파의 비위 사실을 무르시에게 제공했다는 설입니다.

또 하나는 군부의 무르시 암살 기도설이 적발됐다는 설인데요, 시나이 반도에서 이슬람 무장세력에 살해된 국경수비대원 16명의 장례식에 참여하려는 무르시 대통령이 계획을 변경해 불참했는 데 이유기 바로 탄타위 군부가 당시 장례식에서 무르시를 암살하려던 계획이 적발되면서 탄타위에게 결정적 타격을 입혔다는 분석입니다.

그리고 탄타위와 무르시간의 밀약설도 제기됐는데, 군 수뇌부가 무르시 정부에 권력을 넘기는 대신 향후 탄타위 등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거래가 있었다는 설입니다.

어떤 경우든 무르시 대통령은 상당기간 권한없는 식물 대통령으로 지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성공적으로 군부와의 권력투쟁을 마무리하면서 막강한 권력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집트 야권…'막강 권한' 이슬람 대통령에 우려 증폭

그런데 의회가 해산된 상태에서 무르시 대통령이 군부가 갖고 있던 입법권과 예산권까지 독점하면서 이번엔 너무 많은 권한이 쏠리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가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슬람주의자인 무르시 대통령에 대한 이집트 내 야권이 본격적인 반정부 투쟁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도 주목됩니다.

여하튼 군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워진 무르시 대통령은 본격적으로 자기 색깔을 담은 정책변화를 빠르게 시도 중입니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역시 대외정책입니다. 무르시는 이달 말 중국과 이란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미국 방문은 다음 달로 미뤄뒀습니다.

무바라크가 독재권력의 방패막이 노릇을 하던 맹방 미국에 의존했던 것과는 달리 아프리카에 엄청난 투자를 통해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과 핵 개발을 놓고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고 있는 이란을 취임 2개월만에 우선적으로 방문하는 것 자체가 이집트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축소를 의미하는 사건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습니다.

미국 제치고 중국-이란 먼저 방문

특히 이란 방문은 비록 다음 주 열리는 비동맹회의 참석을 이유로 하고 있지만 이집트가 이스라엘과 중동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이란이 이슬람혁명으로 신정정치를 시작한 70년대 후반 이후 단교까지 했던 상황임을 고려하면 이집트 대외정책이 본격적인 변화의 신호탄을 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스라엘은 현재 이란 핵 시설에 대한 선제 공격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도 올 겨울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롬니 후보와 오바마 비서실장 출신인 파네타 국방장관이 잇따라 이스라엘을 방문했는 데  미국내 금융자본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대인들의 표를 의식해 그 동안 이스라엘의 이란 선제공격에 신중했던 입장에서 조금씩 선회하는 입장을 보여 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르시 대통령이 이란과의 관계 강화를 표방하고 나선 것은 이스라엘엔 상당한 압박이 될 수 밖에 없겠죠. 무르시 대통령으로서는 시리아 사태와 함께 중동 내 최대 불안 요인인 이란 핵 문제에 대한 발언권을 강화해 역내 중재자로서, 중동 내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할 수 있는 일거 양득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친미 노선에서 탈피해 독자적 영역을 구축해 가고 있는 무르시 정부의 변화에 주변강국들이 일제히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시리아 내전 평화중재 노력 중단…희생자 2만 3천 명

국제사회가 사실상 평화 중재 노력을 포기해 가고 있는 시리아 내전 희생자는 벌써 2만 3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게릴라전으로 시가전을 벌이고 있는 반군을 저지하기 위한 아사드 정부군의 무차별 공격이 이어지고 있는 데, 최근엔 지상작전 보다 공중폭격에 의존하고 있는 양상입니다.

시리아 북서부 등을 중심으로 반군이 거점을 넓혀가고 있는 데다 이탈자가 늘고 있어서 지상군의 작전이 점점 어려워 지는 데다, 국제사회가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하지 않아서 아직 아사드 정부가 공군력을 동원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자밀 부총리 "아사드 퇴진" 협상 용의 밝혀

하지만 아사드 정권에서 이탈한 고위인사 50여 명에 달하고 통제력이 급격히 약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사드 정권이 유혈사태 17개월 만에 처음으로 아사드 퇴진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러시아를 방문했던 자밀 시리아 부총리는 협상의 전제조건이 될 수는 없지만 협상이 시작되면 아사드 사임을 포함한 모든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궁지에 몰린 아사드 대통령이 협상으로 시간을 벌려는 것인지, 아니면 예멘의 살레 전 대통령의 경우처럼 협상을 통해 해외 망명의 길을 모색하려는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습니다.

하지만 무자비한 학살극으로 버텨온 아사드가 ‘퇴진’ 문제를 입에 올리고 협상 가능성을 내비친 것 자체가 중대한 변화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진단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사드 퇴진 문제를 놓고 사사건건 대립해 온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 중국이 어떤 복안을 내놓을지 주목됩니다. 아사드 정권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이집트 최악 경제난…IMF 구제금융 48억 달러 요청

최근 이 곳 카이로를 포함한 이집트 전역에선 심각한 전력부족으로 하루에서 수 차례씩 전기 공급이 중단되고 생수가 동이 나는 등 경제 곳곳에 구멍이 뚫린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시민혁명 이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이집트 정부는 IMF에 48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재정적자를 줄이고 전력난 해소를 위해 밤 11시 이후에 모든 상점의 영업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낮이 워낙 더워 야간영업과 생활에 익숙한 이곳 서민들은 오히려 서민경제를 망치는 방안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표를 줄 서민들을 위하자니 재정적자가 발에 걸리고 재정적자를 줄이자니 당장 정부가 도와주지 않으면 무너져 내리 서민경제가 문제입니다.

진퇴양난에 빠진 이집트의 경제상황은 정치적 민주화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빵을 달라’는 시민혁명의 요구가 수용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이어질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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