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발생한 경남 통영시 산양읍에 대한 첫인상은 상당히 외지고 조용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통영 시내에서도 차를 타고 구불구불한 길을 30여 분 정도 가야 나오는 산골이었습니다. 행정구역상 통영시라곤 하지만, 사실상 시골 동네지요.
조용한 동네에 갑자기 경찰, 언론사들이 몰려드니 마을 주민들은 당황한 모습이었습니다. 처음 만난 주민들은 무조건 잘 모른다며 손사래를 치고 취재진을 피했습니다. 아마도 10살짜리 여자 아이의 납치 살해 피의자가 수십 년간 같은 동네에서 살아온 동네 주민이라는데 큰 충격을 받은 듯했습니다.
범행 장소였던 김씨의 집, 그러니까 마을회관을 가봤는데, 정말 아름 양의 집과는 3백 미터도 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아름양과는 평소 잘 아는 사이였다고 하니, 결국 아름양은 '설마 그럴 줄 몰랐던' 동네 아저씨에게 화를 당한 겁니다.
그렇다면 정말 이 끔찍한 범죄를 미리 예상하고 막을 순 없었을까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당시 한 양은 학교에 가려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화를 당했는데요, 한 양이 다녔던 초등학교를 직접 가봤는데, 정말 멀었습니다. 구불구불한 산길인데다 도저히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습니다. 요즘 같이 흉흉한 세상에 어린 초등학생이 매일 혼자 버스를 타고 다니기엔 무리였죠.
그렇다면 주변 방범 상황은 제대로 되어 있었을까요?
피의자 김 씨에 대한 대처는 어땠을까요?
김 씨는 지난 2005년 성범죄를 저질러, 2011년부터 시행된 성범죄자 신상공개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산양읍이라는 조그만 마을에 몇 안 되는 성범죄 전과자였습니다. 경찰은 그 동안 근처 산양파출소에서 김씨를 3달에 한 번씩 관리했다고 밝혔지만, 알아보니 그 관리라는 게 허술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직접 대면하는 것도 아닌, 그냥 주변사람들을 통해 김씨의 근황을 묻는 게 전부였습니다. 40여 년을 같은 동네에서 산 이웃 주민들에게 물어봤으니, 당연히 별 문제 없이 잘 살고 있다는 답만 나왔지요.
이번 사건에 대한 경찰의 대응에 대해선 많은 마을 주민들이 경찰이 나름대로 열심히 수사했다고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일부 주민들은 경찰이 CCTV 관리를 제대로 못했고, 유력한 용의자인 김 씨를 발빠르게 검거하지 못해 김 씨가 마을을 계속 활보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건 이후에도 마을에서 김 씨를 몇번 마주쳤는데, 지금 생각하면 소름이 다 끼친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한아름 양의 아버지를 비롯한 유족들은 치유되기 힘든 깊은 상처를 떠안고 살아가게 됐습니다. 피의자 김 씨의 형들은 마을을 떠났고, 다른 마을 주민들은 무서워서 밤에 돌아다닐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동네 경관이 좋아 주변엔 펜션이 서너 채 있었지만, 사건이 터지고 나선 예약 문의도 뚝 끊기고 들어온 예약마저 모두 취소됐다고 합니다. 이 조용하고 평화로웠던 마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주민들은 마을이 다시 평온을 되찾았으면 좋겠다며 한숨만 내쉬지만 안타깝게도 끔찍한 성범죄의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