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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유통기한 지난 닭을 또 판다고?

[취재파일] 유통기한 지난 닭을 또 판다고?
저도 닭요리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하지만 막상 현장을 가보니 한동안 닭을 먹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더군요.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건, 한 번 단속이 됐는데도 2달이 지나도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다는 겁니다.

지난 5월 초에 8시 뉴스를 통해서 불량 닭이 유통되는 현장을 고발한 적 있었습니다. 경기도 화성의 한 생닭 도매시장, 이 업체는 마트에 포장된 생닭을 납품합니다. 뿐만 아니라 마트에서 유통기한이 지나도 팔리지 않은 닭도 이 도매업체가 거둬 들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업체가 닭을 폐기하기는 커녕, 닭들을 큰 물통에 붓고 휘저어 물로 씻어 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자체 포장 용기에 담아 진공 포장을 하고 라벨지를 붙입니다. 라벨지에는 제조 일자와 유통기한이 적혀 있는데, 기존에 닭 제조 업체가 보고한 유통기한과 전혀 다른 날짜가 찍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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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만들어진 '불량 닭'은 또다시 팔려 나갑니다. 10년 가까이 한 자리에서 영업을 해 온 이 업체는 거래처도 많습니다. 식당에 유통된 생닭은 닭볶음탕이나 삼계탕 용으로 사용되는데, 열을 가하는 등의 조리 과정을 거치면 겉보기에 정상적인 닭과 별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식당도 유통기한을 알지 못한 채 닭을 사들여 손님들에게 내놓는 겁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소비자를 가장해 도매업체에서 닭을 사와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악취는 말할 것도 없고 껍질에 누런 기름이 붙어 있고 문지르면 살이 축축 쳐집니다. 대형 마트에서 생닭을 판매해온 관리자에게 물었더니, 닭 자체가 건강해 보이지 않는데다 자세히 살펴보면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상태라고 답했습니다. 먹게 될 사람이 누구일지 모르지만, 알고는 도저히 먹을 수 없는 닭인 겁니다.

보도가 나간 직후 시청 직원들이 업체를 단속했습니다. 단속이 나올걸 알았는지, 양심의 가책을 느꼈는지 업체는 그동안 냉동창고에 쌓아뒀던 생닭을 모두 치웠다고 합니다. 단속이 나왔을 당시엔 오래된 닭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가 업체에 한 조치는 영업정지 7일 행정처분, 그리고 경찰에 형사 고발하는게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2달 뒤, 이 업체가 사업자 명의와 장소만 바꿔서 또다시 같은 수법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마침 경찰에서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를 벌이던 중이었습니다. 지난번에 고발한 업체 대표는 물론 직원들까지도 모두 다 한통속이었습니다. 지난번보다 더 큰 공장에 더 은밀한 곳에서 유통기한 지난 닭을 세척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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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압수수색 현장을 따라갔습니다. 커다란 물통엔 닭을 씻어낸 듯한 물이 여전하고, 이미 지나간 유통기한이 적힌 포장 용기도 조리실 바닥에 가득 널려있었습니다. 냉동 창고에는 유통기한을 알 수 없는 닭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포장돼 널려 있었고, 식당에 배달하려고 했는지 냉동차에도 일부가 실려있었습니다. 낯익은 장면, 낯익은 직원들. 업체 대표에 왜 또다시 불량 닭을 유통시켰냐고 따져 묻자, 잘못을 시인하지 않는 태도도 지난번과 똑같았습니다. 분명 2달 전에 단속이 됐는데 사업자 이름을 바꾸고 더 규모를 키워서 유통기한 지난 닭을 포장하고 있다니. 여전히 유통기한이 지난 닭을 3백여 곳의 거래처에 납품까지 하고 있었다니.

지자체에 다시 찾아갔습니다. 지난 10년간 한 자리에서 영업을 해오던 업체를 단 한번도 단속하지 못했던 시청이었습니다. 보도 직후 행정처분을 내리긴 했지만, 이름만 바꾼 업체를 또다시 방치하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단속 인력이 부족하다는 궁색한 변명만 늘어놨습니다. 업체에서 일했던 직원들 사이에서는 '단속 정보를 흘리는 것 같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던 참에 시청의 이런 안일한 태도는 충분히 의심을 사고도 남았습니다.

경찰이 어제 압수수색을 마치고 업체 대표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합니다. 하루 평균 1백에서 2백마리 정도 생닭을 유통해 왔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도매업체가 뭘 잘못했는지 이 참에 낱낱이 밝혀질 것 같습니다. 지난달에는 인근의 한 식당에서 식중독 사고가 났는데, 식당 주인은 자신들이 음식물 관리를 잘못해 문제가 생긴 줄 알고 당시엔 제대로 항의조차 하지 못했었다고 합니다. 경찰이 수사를 하지 않았다면 중복을 앞두고 더 많은 사람들이 유통기한 지난 닭을 먹었겠죠. 몇 번이라도 고발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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