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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 위해 자살·강도 행각 벌인 '빗나간 부정'

<앵커>

옥상에서 밧줄을 타고 고급 아파트에 침입한 강도가 경찰에 붙잡혔는데, 알고보니 홀로 두 딸을 키우는 아빠였습니다. 사채에 시달려 자살을 결심했다가, 자식들에게 돈이라도 남겨주자고 이런 일을 벌였다고 말했습니다. 미운 건 가난이지만 죄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임태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 광장동의 고급 아파트 단지.

출입구엔 경비원이 있고 외벽엔 적외선 감지기까지 설치된 이 곳에 두달 전쯤 강도가 침입했습니다.

새벽녘에 아파트 옥상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와 가장 꼭대기인 12층에 창문이 열린 집으로 들어간 겁니다.

[아파트 주민 : (집주인이) 강도가 이방 저방 뒤지는 사이에 (집주인이) 옆집으로 (피신하셨죠). 새벽 3시쯤에 사람들 잠 다 깨워놓고….]

빈 집인 줄 알았던 강도는 예상 밖의 상황에 마주치자 금품을 털지 못하고 아파트를 빠져 나와 가까운 등산로로 도망쳤습니다.

여긴 아차산 등산로와 연결된 길입니다.

새벽 등산객들이 많은 곳이이서 이곳으로 도망치면 쉽게 발견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 등산로와 가장 가까운 아파트를 선택했습니다.
 
용의자가 최근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초등학생 두 딸을 홀로 키우는 40대 가장이었습니다.

두 딸을 정성껏 키웠지만 8년 전 이혼한 아내가 남긴 카드빚 때문에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사채 독촉에 시달려 직장도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피의자 어머니 : 애들(손녀들)이 저한테 전화가 왔어요. 아빠가 한 달 동안 들어오지도 않고 쌀도 없고 굶고 있다고. (애 아빠는) 저하나 죽으면 차라리 아무 일도 없을 것처럼 죽고 싶다고 그러더라고요.]

한강에 투신해 자살할 것을 결심한 남성은 그 전에 도둑질을 해 자식들에게 재산이라도 남겨줘야겠다는 그릇된 생각을 했습니다.

[피의자 : (두 딸에게) 아빠로서 어리석은 생각을 했던 게 너무 미안하고 모범이 되지 못할망정 되려 안 좋 은 모습을 보여준 것에 미안할 따름입니다.]

두 딸의 아빠는 뒤늦게 후회했지만 특수강도 미수 혐의로 결국 구속됐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박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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