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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에 물 댔는데 말라죽은 모…무슨 일이?

소금 성분 8배 많은 방류수 원인

<앵커>

바짝바짝 말라가는 논에 급하게 물을 끌어다 놓았더니 오히려 심어놓은 모의 3분의 1이 말라죽어버렸습니다. 소금 성분이 기준치보다 8배나 많이 함유된 짠물이었던 겁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유덕기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한 참 푸르러야 하는 벼 잎이 누렇게 메말랐습니다.

힘없이 늘어지고 가늘어져 벼가 아니라 마치 잡초 같습니다.

이 맘때 쯤이면 자라난 모들로 꽉 차 있어야 할 논이 황량하게 비어 있습니다.

살아남은 모들도 이렇게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했습니다.

근처 하수처리장에서 정화한 생활하수 방류수를 들이 부은 게 화근이었습니다.

가뭄에 지친 농민들의 요청으로 지난 한 달 동안 하루 4천 톤, 모두 12만 톤의 방류수를 바로 옆 하천물과 섞어 약 10만 ㎡ 크기 논에 공급한 겁니다.

이후 심은 모의 3분의 1이 비실비실 말라갔습니다.

[최병균/피해농민 : 일단 다 말라서 죽는거죠. 다 타버리니까. 뿌리가 내리지 못 하고 다 그냥….]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조사에 나섰습니다.

논에 공급한 물에서 염소이온, 그러니까 소금의 주요 성분이 농업용수 기준치의 8배나 검출됐습니다.

바닷물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분명히 짠물입니다.

[최문용/피해농민 : 저희도 처음엔 몰랐죠. 다른 물인줄 알았는데. 농촌지도소에서 나와보시더니 물이 문제인거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최문용/피해농민 : 물에 염분기가 있어서 다 빠져서 이렇게 하얗게 일어난 거예요.]

생활하수 방류수를 막고 하천 물만 논에 넣자 벼는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엄환용/한국농어촌공사 수자원관리처 차장 : 염소이온은 바닷물의 주성분이지만 생활하수에도 포함돼 있습니다. 검출된 농도는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농도보다 지나치게 높아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상한 점은 매년 이맘때면 농민들의 요청으로 논에 공급해왔는데, 유독 올해만 염도가 급증했단 겁니다.

[동두천 환경사업소(하수처리소) 관계자 : 올해뿐만이 아니라 지난 2007년부터 (농민들이) 요청하면 공급했어요. (2007년 부터요?) 그런데 이런 일이 한번도 없었거든요.]

도 농업기술원과 동두천시 환경사업소는 방류수를 재검사해 염도가 높아진 이유를 정밀 조사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주용진, 영상편집 : 박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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