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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00대 열차가 집앞 '쌩쌩'…소음 재보니

순간 소음 100데시벨 육박<BR>철도청 소음기준은 터무니없어

<앵커>

내가 사는 집 앞에 기차와 지하철이 하루에 200번도 넘게 지나다닌다면 그 소음을 견디고 살 수 있을까요? 한 아파트 주민들이 매일매일 이런 기차 소음에 시달리고 있는데 철도청은 터무니없는 법적 기준을 이유로 수수방관하고 있습니다.

장훈경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철로와 인접한 서울 상봉동의 한 아파트.

소음에 시달리는 주민들이 집 밖 공원에 나와 있습니다. 

[아파트 주민 : 높을수록 더 시끄러워요. 앞에 철길이 있으니 (집안에 있으면) 답답해요.]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지만 집안의 창문은 모두 닫혀 있습니다.

[이옥화/아파트 주민 : 문을 열 수가 없고요. TV 말소리도 안 들리고 이 더위에 샤시 문 닫고서 TV 보잖아요.]

임신한 주민은 태아 건강을 걱정합니다.

[아파트 주민/임신 9개월 : 남들은 (태교를 위해) 클래식 듣고 좋은 공기에 좋은 음악에 좋은 소리만 듣는다고 하는데 저는 하루 종일 여기서 날리는 먼지에 기차소리에…]

아파트와 철로 사이 거리는 불과 20여 미터.

지난 2005년까지는 하루 20여 편의 기차만 운행했지만, 중앙선 지하철이 운행하면서 하루 200대가 넘는 기차와 지하철이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올 2월부터는 준고속열차인 ITX청춘 50편까지 더해졌습니다.

집 안에서 소음도를 측정해 봤습니다.

100데시벨에 육박합니다.
 
한창 작업 중인 공장내 소음과 같은 수준입니다.

주민들은 끊임없이 민원을 제기했지만 철도시설공사는 소음이 법적 허용기준치를 넘지 않는다는 답변 뿐입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 : 다 허용기준치 이내로 들어와요. 저희가 순간 소음을 따지지 않거든요.] 

철도, 도로, 항공의 소음 측정방법을 비교해 봤습니다.

도로의 경우 가장 시끄러운 시간대에 5분 동안의 평균 소음치를 따지고, 항공 소음은 항공기가 지나갈 때 측정한 최고 소음도로 계산하지만 철도 소음은 철도가 지나가든 말든 한 시간 동안의 평균치를 측정합니다.

실제 현행 규정대로 1시간 동안 소음도를 측정해 보겠습니다.

전철이 지나갈 땐 소음도가 최고 90데시벨까지 올라갔지만 1시간의 평균을 내니 63.5데시벨로 확연히 떨어졌습니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 : 철도가 1시간 동안 계속 지나가게 된다면 상관이 없지만 1대 지나가고, 20분 후에 1대가 지나가고 이렇다 보니까 실질적으로 평균을 내게 되면 항상 기준치 이하로 나오게 되는 것이죠.]

전문가들조차 현행 철도 소음 기준은 소음 피해자보다는 시설물을 설치하는 산업적 표준을 더 고려한 불합리한 기준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양두원·최주식, 영상편집 : 김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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