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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내 입 안에 '짝퉁 금' 있다"

믿고 찾은 프랜차이즈 치과에서 무슨 일이?

[취재파일] "내 입 안에 '짝퉁 금' 있다"
의자에 몸을 뉘이는 순간부터 오감이 요동을 칩니다. 얼굴 위로 강렬한 빛이 쏟아질 땐 마른 침이 꿀꺽 넘어갑니다. "아, 하세요."라는 말은 군대 상관의 명령보다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곧이어 입 안을 휘젓고 다니는 치과용 거울과 핀셋, 쉭쉭거리며 고인 침을 거칠게 빨아들이는 석션기, "입 다물어도 된다"는 얘기가 나올 때까지 절대 안 다물어지는 입...

취재 때문에 환자로 가장해 치과 치료를 받았음에도 치과는 제게 참 낯설고 엄숙하게 다가왔습니다. 비단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치과를 찾는 환자 대부분의 경험도 비슷할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것은 바로 내 입 안을 잘 모르기 때문이겠죠. 거울로 이쪽저쪽 살펴보고 혀로 요리조리 만져봐도 모르기 때문에 두렵운 겁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입을 쫙 벌린 채 치과의사에게 모든 걸 맡기게 되지요.

그런데 제가 만난 제보자는 '믿는 도끼에 발등 제대로 찍힌' 사람이었습니다. 제보 내용은 이랬습니다. 두어 달 전 한 프랜차이즈 치과를 찾았다고 합니다. 충치를 때우는 치료(인레이) 차 갔다는 겁니다. 당시 치과에서 재료는 금이라고 했답니다. 금의 함량에 대해서는 정보를 주지 않았다네요. 금 함량에 따른 제품 선택권도 없었다고 하고요. 가격은 25만 원. 그런데 그 금을 본 다른 치과의사가 '금 같지 않다'고 했답니다. 제보자, 그때부터 도로 떼볼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자,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떼보시겠나요 아니면 놔두시겠나요? 제보자는 한번 떼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떼어낸 금을 공인 금속 연구소에 보내 성분 분석을 의뢰했더니 글쎄, 금 성분이 46.1%가 나왔습니다. 46.1%의 의미는 뭘까요? 잠깐 설명을 하자면 인레이는 충치를 긁어낸 자리에 금속기공물을 채워넣는 치료거든요. 여기에 쓰이는 기공물 중 하나가 금인데요, 이게 잘 눌러 붙으려면 밀착도가 높아야 합니다. 금 자체만으로는 너무 무르기 때문에 합금을 섞는데 그래도 최소 80% 이상은 금이어야 한다는 게 대한치과의사협회의 공식적인 설명입니다. 금 함량이 그 밑으로 내려가면 밀착도가 떨어져 인레이 기공물이 헐거워지고 결국 충치가 재발된다는 이야기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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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치과는 과연 '짝퉁 금'이라는 것을 알고도 환자 치료에 사용했을까요? 아니면 '짝퉁 금'이라는 걸 모르고 사용했을까요? 어느 쪽이든 비난에서 벗어나긴 힘들어 보입니다. 전자의 경우라면 그건 정말 용서받지 못할 일이죠. 의술을 펼친 게 아니라 사기를 친 거니까요. 후자의 경우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당 치과의 해명은 이랬습니다. '우리는 정말 몰랐다. 치과용 귀금속을 납품하는 업체에 강력 항의했고 책임을 지울 것이다'라고요. 백번 양보해서 정말 몰랐다고 쳐도 환자는 치과와 병원을 믿고 이를 치료하러 가는 겁니다. 납품 업체까지 따져가면서 치과를 찾는 환자는 없습니다. 따라서 납품 받은 금이 진짜 금인지 '짝퉁 금'인지 확인해야 하는 최종 책임자는 응당 치과와 의사여야 맞습니다. 납품 업체로 책임을 떠넘겨 꼬리를 자르려는 행동은 너무나 비겁한 처사입니다.

뉴스가 방송된 뒤 아는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합니다. "내 입 안의 금도 한번 분석해달라"고 말이죠. 씁쓸한 일입니다. 환자가 직접 볼 수 없다고, 확인할 수 없다고 돈은 제값으로 받고, 금은 '짝퉁'을 쓰는 치과는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 마땅한 처벌 규정은 없습니다. 이번처럼 제보자의 입 안에서 '짝퉁 금'이 나와도 의사나 치과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거지요. '짝퉁 금'으로 누군가는 분명히 부당 이익을 봤을텐데 말입니다. 이래저래 환자만 '봉'인 현실이 슬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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