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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녹차밭, 축구장 150개 규모…무슨 일이?

<앵커>

탁 트인 공간에 끝없이 이어지는 연둣빛 물결, 보기만해도 시원한 이 녹차밭이 안타깝게도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커피 열풍 때문이라는데요, 권영인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말끔하게 정돈된 전남 보성의 녹차밭.

잔뜩 물이 오른 연둣빛 새순이 가득합니다.

가장 좋은 값을 받는 우전을 따는 시기라 쉴 틈이 없습니다.

[김순임/전남 보성군 : 지금 따는 게 최고예요. 제일 좋아요.]

그런데 한창 바쁜 녹차밭 바로 옆에 차밭인지 분간이 어려운 밭이 있습니다.

이곳도 대규모 녹차밭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방치가 돼 있어서 차나무는 이렇게 웃자라 있고, 다른 나무들도 빽빽히 들어차서 거대한 잡목숲이 돼 버렸습니다.

방치된 녹차밭은 보성지역 전역에 널려 있습니다.

최근 녹차 수요가 줄어들면서 차 농사를 포기한 농가가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준림/녹차 재배농 : 지금 살 사람이 없어요. 우리 먹고 친척들 주고... 얼마나 좋아요 녹차가... 그런데 판로가 없어서.]

아예 차밭을 갈아엎고 다른 작물로 바꿔버린 곳도 많습니다.

[문성식/전남 보성군 : 몇년 전에 녹차 심었다가, 하향 산업 되고 수확도 안 돼 도로 없애고 갈아버렸다.]

지난 5년간 사라진 녹차밭은 보성 지역에서만 축구장 150개를 합한 것보다 더 큽니다.

[주병석/녹차 농장 운영 : 나도 2만 평을 갖고 있다가 만 평을 폐농을 시켜버렸어요. 한 군데라도 집중적으로 관리를 해야지.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하고, 양쪽 쫓아다니다 보면 나만 죽어 나가고 있고.]

녹차 생산의 양대산맥인 경남 하동지역도 어렵긴 마찬가지입니다.

녹차 농가가 이렇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식을 줄 모르는 커피 열풍과 맞물려 있습니다.

국내 커피 시장이 급성장세를 이어가는 사이 녹차 시장은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녹차를 팔던 인사동 전통찻집들도 커피를 메뉴에 올려놓았고,

[전통찻집 직원 : 원래 처음엔 커피를 팔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제 저희 여기 장사하면서 커피는 없어
요? 이런 말을 많이 들으니까요…]

녹차 수도 전남 보성에는 대규모 커피 재배 농장까지 들어섰습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돼 버린 녹차와 커피.

농가의 차 상품 다양화와 고급화 전략뿐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의 녹차 농가 지원이 절실합니다.

(영상취재 : 최호준, 강동철, 영상편집 : 위원양, VJ : 김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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