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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올림픽 축구 '와일드카드' 약일까? 독일까?

[취재파일] 올림픽 축구 '와일드카드' 약일까? 독일까?
런던올림픽 축구 본선 조 추첨이 끝났습니다. 사상 첫 메달 획득을 목표로 내건 우리 올림픽 축구대표팀도 본격적인 올림픽 준비 체제에 돌입합니다. 우리의 상대인 멕시코, 스위스, 가봉에 대한 전력 분석은 기본입니다. 유럽파 가운데는 구자철, 기성용의 합류가 확실시됩니다. 지동원, 손흥민도 후보군에 올라 있습니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관심사는 와일드카드로 누구를 기용하느냐입니다.

와일드카드에 대해 홍명보 감독은 매우 신중한 입장입니다. 누구를 쓸지는 물론이고 와일드카드 자체를 쓸지 말지도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언론을 통해 박주영, 이근호, 정성룡, 이청용, 박주호, 심지어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까지 여러 이름들이 오르내리고 있지만 홍명보 감독은 최종 엔트리를 제출할 때까지 계속 고민을 거듭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홍명보 감독 자신도 선수시절 와일드카드에 대해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시절 허정무 감독이 이끌었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대표팀에 와일드카드로 발탁이 됐습니다. 그런데 대회 직전 훈련 도중 부상을 당해 교체되는 불운을 겪었습니다. 이는 홍명보 감독 개인에게 뿐만 아니라 당시 올림픽 대표팀 전력에도 큰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홍명보 감독 대신 수비수 강철이 긴급 투입됐는데 기존 선수들과 호흡이 맞지 않아 수비조직력에 허점을 노출했습니다. 이것이 스페인과 조별리그 첫 경기 3대0 완패의 원인이 됐고 이후 대표팀은 모로코와 칠레를 1대0으로 연파하고 2승 1패로 역대 최다 승점을 얻고도 골득실에서 밀려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맛봤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지금도 당시 홍명보의 공백에 대비한 플랜 B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올림픽 축구에서 와일드카드가 처음 도입된 1996년 애틀란타 대회 이후 줄곧 이를 활용해왔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와일드카드의 요건은 기량도 기량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 선수들과의 융화입니다. 이름값만 보고 뽑았다 나이 어린 선수들이 주축인 팀에 녹아들지 못해 낭패를 보곤 했습니다. 앞서 홍명보 감독의 사례처럼 와일드카드 선수의 부상에 대비한 플랜 B를 마련하는 것도 필수입니다.

와일드카드의 부상으로 울었던 사례는 또 있습니다.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때 중앙수비수 이임생이 멕시코와 2차전 경기도중 발목을 크게 다쳤습니다. 8강 진출의 사활이 걸려 있는 이탈리아와 마지막 3차전에 출전할 수 없게 돼 대표팀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당시 비쇼베츠 감독은 이임생 대신 한국에서 수비수 이경춘을 긴급 수혈했는데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한국에서 미국까지 장거리 비행으로 인한 피로에다 시차로 이경춘의 컨디션은 최악이었고, 기존 선수들과 호흡도 제대로 맞을리 만무했습니다. 이경춘은 결정적인 수비 실수로 이탈리아의 결승골에 빌미를 제공했고 결국 대표팀은 2대1로 졌습니다. 당시 비기기만 해도 8강에 오를 수 있었던 대표팀에게는 두고 두고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이처럼 좋은 기억보다 안타까운 기억이 더 많았던 것이 우리 올림픽 대표팀의 와일드카드였습니다. 와일드카드로 기용됐던 선수들 가운데 올림픽 무대에서 골맛을 본 선수는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온두라스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김동진이 유일합니다.

홍명보 감독이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내다보듯이 이전 대회에서 잘 된 점과 안 된 점을 면밀히 살펴서 앞으로 남은 기간 철저히 준비하겠다" 이것은 무엇보다 와일드카드에 적용해야 할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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