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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센터 '먹통에 사오정'…통합운영도 부작용

<앵커>

범죄 신고전화 112. 시민의 생명선인 이 112가 수원 여성 납치·피살 사건에서 먹통이 됐습니다. 급박한 상황에 놓인 피해자에게 경찰은 '어디냐'만 5번이나 되풀이해서 물을 뿐, 상황에 맞는 구체적인 질문은 하지 않았습니다.

범죄 신고 112센터가 어쩌다 이렇게 사오정으로 전락한 걸까요?

박세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피해여성이 112 요원과 통화를 시작한 44초 뒤, 112 센터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하고 모든 센터 요원이 함께 통화내용을 듣는 긴급 공청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30여 명 요원이 7분 30여 초간의 절박한 비명 소리를 듣고 내린 지령은 애매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못골 놀이터 가기 전 지동초등학교 쪽"이라는 지령이 장소를 알리는 전부였습니다.

지령에 따르면 수천 가구를 수사해야 하는데, 피해여성의 신고를 정확히 분석해 '길가 쪽 집'이라는 지령을 전달했으면 수색 범위가 훨씬 좁아집니다.

전화를 직접 받은 112 요원은 경력이 13년에 이르는 경찰이었지만, 112센터에 근무한 지 석 달밖에 되지 않았고, 신고접수 기본 교육도 안 받았습니다.

전국의 112센터 직원 1395명 가운데 매년 교육받는 인원은 280명에 불과합니다.

위급 상황을 재빨리 파악하는 감이 떨어지고, 대처 능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방경찰청의 112 신고 통합운영도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경기청만 해도 41개 경찰서 관내에서 신고가 쏟아지는 데, 지리에 익숙하지 않아 사건 장소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하다 보니 일선 경찰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 : 통합센터 해버리니까, 일선 경찰에서 불만이 많아요. 지리 모르는 사람들이 어떻게 지령을 하냐고 지방청에서….]

상대적으로 수당이 많아 승진보다는 안정을 선호하는 고참 경찰이 센터에 몰리면서, 시간 때우기식 근무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경찰 관계자 : 업무가 좀 안정적입니다. 유능하다고까지는 모르지만, 오기 싫은 사람 강제로 오고 그런 건 아닙니다.]

전문적 지식과 능력을 가진 베테랑 근무자를 찾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112 요원을 가장 유능한 직원으로 교체하고, 직원별 전담 지역을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홍종수, 영상편집 :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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