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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 우선?…'비 맞는 에스컬레이터' 눈살

<앵커>

지하철 역 입구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 있는데 비를 막을 지붕은 없는 경우가 흔합니다. 오늘 같은 날 불편하고 위험하겠죠. 그런데 이 지붕 없는 게 서울시의 권고사항이랍니다.

윤나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35mm의 비가 내린 오늘(3일) 오전 서울.

지하철역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출입구에서도 우산을 쓰고 있습니다.

지하철역 입구에 지붕이 없기 때문입니다.

[송미란/서울 장안동 : 내려올 때도 계속 우산을 펴야하니까. 내려와서도 우산을 접는 부분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하고 부딪힐 그런 위험도 있고.]

외부로 노출된 에스컬레이터에는 물기가 흥건합니다.

[박성호/서울 중화동 : 비가 손잡이에 묻으니까. 차갑고 미끄러울까 걱정되는 것도 있고, 손잡이를 안 잡게 되죠.]

지난 2008년 서울시는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지하철역 입구에 지붕을 설치하지 말 것을 권고했습니다.

[권영국/서울시 도시디자인과장 : 도시 경관상의 개방과 확보를 들 수 있겠고요. 두 번째는 주변에 상가들 문제. 가급적이면 캐노피를 설치하지 않는 것으로….]

보기엔 어쩔지 몰라도 시민들은 당장 불편하고 안전사고 위험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렇게 지붕이 없는 에스컬레이터는 손잡이와 발판이 그대로 빗물에 노출됩니다.

미끄러져서 넘어지는 안전사고의 위험이 큽니다.

방수 에스컬레이터라지만 눈·비에 그대로 맞다 보니, 고장율이 지붕이 설치된 것보다 5배가 넘습니다.

방수장치와 눈 제거를 위한 히터가 내장돼 가격은 일반 에스컬레이터보다 2000만 원 가까이 비쌉니다.

서울 지하철 1~8호선 1305개 출입구 가운데 662개가 지붕 없이 설계됐습니다.

민원이 이어지자 서울시와 지하철 운영사 측은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강승호/도시철도공사 건축팀장 : 전수조사를 하고 있고요. 그 결과에 따라서 저희들이 중장기적으로 설치하는 계획을 지금 수립할까 하고 있습니다.]

편의보다 미관을 우선한 디자인 정책 탓에 시민은 불편하고, 시설은 돈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했습니다.

(영상취재 : 양두원, 임우식, 영상편집 : 김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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