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갑·을 관계 엮인 인부들, 고위공무원 눈치에…

<앵커>

공사를 발주하는 공무원에게 건설업자는 약자일 수밖에 없죠? 한 시청에서 대형 공사를 진행했는데 현장 인부들이 담당 공무원의 집 공사에 동원된 한심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권영인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구리시가 짓고 있는 문화회관입니다.

예산 400억 원 짜리 공사입니다.

시공사 직원 이모 씨는 어느 날 회관 공사장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500미터 정도 떨어진 2층 짜리 개인주택이었습니다.

이 씨를 포함해 현장 인부 7~8명이 지붕 기와를 들어내고 함석을 까는 공사를 6일 동안 진행했습니다.

[이모 씨/문화예술회관 현장 근로자 : 우리도 현장에서 자주 봤기 때문에 얼굴은 서로 알고 있는 상태였고요. 이런 공사 한다는 것 자체가 별로 안 좋다는 것도 서로가 눈빛으로 알고 있죠.]

공사를 했던 곳은 원래 이렇게 시멘트 기와가 있었던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보시는 것처럼 시멘트 기와를 걷어내고 저렇게 철판 지붕으로 교체했습니다.

도대체 누구의 집이길래 회관을 짓던 인부들이 동원됐을까?

등기부 등본을 떼어보니 구리시청의 한 고위 공무원의 집으로 나타납니다.

문화회관 건설 담당 국장입니다.

[시청 안내센터에다가 일일이 확인해보니까 00국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공사 현장 근로자뿐만 아니라 구리 시민으로서 놀랐습니다.]

인부를 동원한 시공사 측은 자발적인 조치였다고 주장합니다.

[공사 현장 시공사 간부 : (공사 현장 인부 파견은) 제 개인적인 판단에 의해서 한 것이지 회사에서 나서서 한 것은 아닙니다.]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해당 국장은 정식 계약서를 작성하고 공사대금 500만 원을 지불했고, 회관 건설 현장 인부들이 추가 파견된 사실은 몰랐다고 경찰에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계약금액이 공사 규모에 비해 적다는 점을 중시하고 넓은 의미의 뇌물죄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담당 공무원과 업자 간의 이른바 갑과 을의 계약일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해당 국장에게 직접 해명을 요청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00국장실 직원 : (국장님 계신가요?) 국장님 안 계신데요. (전화기를 두고 가셨나요?) 네, 휴대전화를 두고 가셨어요.]

국장 집 지붕 공사에 동원됐다 문제를 제기했던 이 씨는 불분명한 사유로 지난주 해고됐습니다.

(영상취재 : 이용한, 설치환, 영상편집 : 김선탁, VJ : 김준호)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