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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안에 개인 묘 '우후죽순'…명당이 뭐기에

<8뉴스>

<앵커>

문화재 터는 묘지 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국 곳곳의 문화재 현장은 대부분 개인 묘와 뒤섞여 있습니다. 문화재가 있는 곳이면 명당이란 생각이 이런 문제를 만드는 겁니다.

권영인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신라시대에 창건된 원원사 절터입니다.

절은 사라졌지만, 고풍스러운 삼층석탑 두 개가 남았습니다.

그 석탑 사이에 둥근 묘가 들어서 있습니다.

얼핏 문화재인가 싶지만, 사실은 개인묘 입니다.

사적 46호인 이곳의 대웅전터와 석탑 사이, 절 한가운데를 사들여 누군가 묘자리를 쓴 겁니다.

[현오 스님/원원사지 인근 사찰 스님 : (관광객들이) 묘에 대해서 질문을 하는데 어떻게 똑 부러지게 답변을 하기가 어려워요… 뭔가 (묘가) 걸림돌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주 남산.

사정은 더 심각합니다.

남산에 있는 백 여개 불상 중 가장 오래된 감실 부처 옆도 개인묘가 차지했습니다.

보물로 지정된 후 경주시가 땅을 사들였지만, 바로 옆 묘지는 자손들이 이장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경주시청 관계자 : 문화재 있는 자리여서 명당자리라고 해서 옛날부터 묘 자리로 썼습니다. 후손들이 이장을 안하려고 합니다.]

신라왕조의 궁궐터로 알려진 창림사지에는 문화재 보호 울타리 안까지 묘가 있습니다.

석탑 주변 100미터 안에만 어림잡아 10여 개의 민간 묘가 있습니다.

[이재호/기행작가 : (경주 남산은) 신성시했던 산이죠. 신령스러운 산 그렇다보니 거기 묻어도 참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죠. 그래서 지금도 밤에 몰래 묘 자리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런 민간 묘는 경주 남산 국립공원에만 3천여개.

경주지역 전체로는 정확한 숫자 조차 파악이 안 된 상태입니다.

이 곳은 신라시대 사찰이 있던 자리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터만 남아 있는데요.

대웅전이 있던 이 자리에 그것도 한가운데 이렇게 묘가 들어서 있습니다.

경주뿐만이 아닙니다.

낙화암이 있는 충남 부여 부소산성에도 수십여 개의 묘가 있습니다.

전국의 문화재 터는 묘지터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황평우/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 그 해당 문화재가 가지고 있는 가치와 경관이 있습니다. 실제로 보면 이 경관이 굉장히 거슬리고 있죠. 해당 문화재의 경관을 오염시키기 때문에 빨리 정리를 해야 되는게 맞죠.]

문화재 보호구역 안에 있는 민간 묘를 강제 이장할 수 있는 법은 지난해에야 겨우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자손들 스스로 이장을 신청하지 않는 한 강제 이장은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문화재청 관계자 : (민묘들은 옮길 수 없는 건가요?) 민묘들은 문화재가 아니기 때문에 특별한
문화재 관리규정은 없어요. 강제로 이장하긴 어렵겠죠.]

그나마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난해부터 1억 원을 들여 민간 묘지 정리사업에 들어갔지만, 실적은 미미한 상황입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 영상편집 : 김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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