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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기소청탁 의혹 부실 조사…이번에는?

윤리감사관실, 당사자 해명만 듣고 면죄부

나경원 전 의원의 남편 김재호 판사가 검사에게 나 전 의원을 비방한 네티즌을 기소해달라고 청탁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경찰은 당사자인 박은정 검사가 낸 진술서에 "빨리 기소해달라는 내용이 명백히 들어있다"고 밝혔지만, 김재호 판사는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나 전 의원만 "남편은 기소 청탁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는데, 나 전 의원도 김 판사와 박 검사 사이에 전화 통화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습니다.

1. 공판검사와 담당 판사

2005년 상반기, 당시 박은정 검사는 서울서부지검의 공판 검사로 재직했습니다. 동시에 김재호 판사가 있던 형사 단독 재판부 담당이기도 했습니다. 공판검사와 담당 재판부 판사는 통상 업무적으로 상당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합니다.

한 중견 판사의 설명입니다. "담당 공판 검사라면 재판 때마다 법정에서 판사를 만나게 된다. 통상 주 2회 정도 재판이 열리는데 그때마다 보게 되고, 업무상 전화 통화도 수시로 할 수 있다. 무엇보다 2000년대 중반에는 판사와 공판 검사가 재판이 있는 날이면 함께 점심을 먹거나, 재판 후 회식에 동석하기도 한다. 판사와 공판검사 회식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이후 그런 관행은 사라졌지만 그때는 자연스러운 관행이었다"

이런 분위기라면, 박 검사와 김 판사는 공판검사와 판사로서 업무적으로 긴밀한 관계였을 걸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후 박 검사가 형사부로 옮긴 뒤에도 김 판사가 스스럼없이 전화를 걸어 사건 얘기를 나눴을 개연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입니다.

2. 제 식구 감싸기로 끝난 대법원 조사

           



지난해 10월28일 국회 법사위. 박지원 의원이 차한성 법원행정처장과 나눈 대화입니다.

박지원: 나경원 후보의 남편이 서부지법 판사를 하면서 검사에게 기소를 청탁하고, 그 유죄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 해 가지고 옆방에 있는 단독 부장판사에게 700만 원 선고를 받게 하고, 그게 이례적으로 대법원까지 6개월 만에 전광석화처럼 확정됐다고 하면, 전광석화처럼 6개월 만에 700만 원이 확정됐다고 하면 판사가 검사에게 기소 청탁하는 것도 나쁘고 옆방의 부장한테 부탁해서 700만 원, 항소심, 대법원 이것이 문제 있는 것 아닙니까?

차한성 행정처장: 저희가 지금까지 파악하기로는 지금 말씀하신 것이 사실관계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그 무렵에 남편 되시는 분이 해외연수 중이었기도 했었다는 것이고, 지금 빨리 재판이 끝났다는 것을 지적하시는데 그 사건이 대법원 사건은 피고인이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않는 바람에 심리도 없이 상고 기각 결정된…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은 나꼼수가 처음 의혹을 제기한 지난해 10월 김재호 부장을 상대로 기소 청탁 의혹에 대한 조사를 벌였습니다. 직접 불러 조사한 것은 아니고 전화 등 다른 방식을 사용한 걸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조사는 "기소 청탁 한 적 없다"는 김 판사의 해명만 듣고 마무리됐습니다. 기소 청탁이 없었다면 최소한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있는지라도 조사했어야 하지만, 그마저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전화통화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면 이는 법관윤리강령에 저촉될 수 있는 사안입니다.

그리고 작년 11월1일 법원행정처는 박지원 의원실에 아래와 같은 서면답변서를 보냄으로써 사실상 김 판사에 대해 제기된 의혹을 털어줍니다.

박지원 의원 서면질의 사항 답변제출

【질의】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의 남편이 서울 서부지법 판사로 재직하면서 검사에게 기소를 청탁해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게 하고, 위 형사사건이 이례적으로 대법원 재판까지 6개월 만에 이루어진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답변】

해당 법관의 진술에 의하면 자신은 위 형사사건에 관하여 담당 검사 등에게 기소를 청탁한 사실이 없다고 합니다.    

위 형사사건은 해당 법관이 해외연수를 떠나고 약 2개월이 지난 후에 공소가 제기되었습니다.

위 형사사건은 통상적으로 공판기일이 지정되었고, 관련 판결문에 의하면 피고인이 허위의 글을 게재한 사실은 다투지 않고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었고 비방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하여 1심과 항소심 모두 기일이 속행되지 않았으며, 상고심에서는 상고이유서 제출기간 도과로 상고기각결정이 된 결과 기소 이후 8개월 만에 종결되었습니다. 

나경원 후보 선거본부에서 관련자를 선거 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하였으므로 그 수사에 따라 모든 사실이 밝혀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 검사의 진술 내용이 조금씩 밖으로 알려지면서 대법원의 첫 조사가 형식적으로,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윤리감사관실이 수사권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진위를 밝히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김 판사의 해명만 듣고 조사를 마무리 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습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박 검사가 사표를 냈던 지난 2일, "박 검사가 기소 청탁을 받았다는 취지로 입장을 밝힐 경우 김재호 판사에 대해 재조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검사가 직접 밝히진 않았지만 언론의 취재로 "기소 청탁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법원도 김 판사에 대해 추가 조사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걸로 보입니다. 이번에도 작년 10월처럼 "기소 청탁 한 적 없다"는 해명만 듣고 끝낼 것인지, 모두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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