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민생 사업 미루는 서울시 구청들…"돈이 없다"

<8뉴스>

<앵커>

서울 시내 일부 구청들이 도로나 다리를 고치는 안전과 직결된 사업을 잇따라 미루고 있습니다. 예산이 없다는 게 구청의 설명인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한세현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의 한 주택가, 좁은 도로가 활처럼 휘어 있고 곳곳이 움푹 주저앉아 있습니다.

반년 넘게 이런 상태로 방치돼 있다 보니 파인 곳을 피하려다 지난 달에만 3건의 차량 충돌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김윤종/서울 용두동 : 커브가 심하고 말고요. 길이 파여 있어 가지고 오토바이가 넘어져 다치고 굉장히 위험합니다.]

민원이 쏟아지자 해당 구청은 예산 20억 원을 책정해 올 초부터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무상 보육을 실시하면서 영유아 보육료 지원 명목으로 예산 20억 원이 갑자기 필요해졌고 결국, 공사를 접고 플라스틱 봉만 설치하는데 그쳤습니다.

[자치구 관계자 : 한정된 예산으로 분배해야 하는 데, 복지 예산을 늘리다 보면 다른 곳에 쓸 예산이 부족해집니다.]

이 다리는 곳곳이 심하게 부식되어 있고, 시멘트가 무너져 내려 내부까지 훤히 보일 정도입니다.

지난해 긴급 보수 판정을 받았지만 수십억 원의 예산을 마련하지 못해 공사는 내년으로 미뤄졌습니다.

복지사업 예산이 늘어나면서 올해 예산 배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복지 사업을 확대하면서 각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복지 예산도 평균 5%가량 늘어났습니다.

지자체 입장에선 당장 예산을 끌어오기 쉬운 환경정비나 도로보수 사업을 줄일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양재진 교수/연세대 행정학과 : 재정자립도 약한 곳에 매칭사업을 계속해서 요구하게 되면 복지 수요가 많은데도 복지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이런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을 하죠.]

복지 예산을 안 늘릴 순 없고, 그렇다고 민생 현안을 마냥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가뜩이나 살림살이가 빠듯한 지자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 정상보, 영상편집 : 최혜영)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