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썩는 배추' 버리고 갈아엎고…가격 폭등 조짐

<8뉴스>

<앵커>

겨울 배추 값이 폭락해서 농민들이 수확을 미루다가 결국 못쓰게 된 배추가 농촌 곳곳에 버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올봄에 배추 값이 거꾸로 폭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농산품 가격 안정, 이게 참 잘 안 됩니다.

정형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배추 주산지인 전남 해남입니다.

축구장 두세 개 크기 배추밭이 온통 누렇습니다.

튼실했던 겨울 배추들이 속과 뿌리까지 송두리째 썩어가고 있습니다.

[이상인/배추 재배 농민 : 얼어서 이 모양이 됐으니, 이걸 어떻게 하느냔 말이야. 안에 것도 이렇게 돼 버렸으니….]

겨울 배추값이 지난해의 1/4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수확을 미루거나 포기했다가 한파에 냉해를 입은 겁니다.

출하를 해도 인건비는 건지기 어렵다 보니 차라리 다른 작물이라도 빨리 재배하려고 이렇게 밭을 통째로 갈아엎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지난 가을 수확한 배추들도 저장 창고마다 가득 쌓인 채 그대로 썩고 있습니다.

[배추 저장창고 직원 : 김장철에 다 출하가 됐어야 되는데, 그때 당시 시세가 폭락하다 보니까 가을배추들이 못 나가고 창고 가득 차 있는 거죠. 이런 것들이 출하를 못 나가다 보니까 밭에 있는 (겨울) 배추들이 썩어가고 있죠.] 

국내 대파의 80% 이상을 생산하는 전남 진도에서도 대파 값이 지난해보다 폭락하자 수확할 엄두를 못 내고 있습니다.

[이대호/대파 재배 농민 : 지난해 (평당) 1만5000원~2만 원 정도 선은 되죠. 지금은 평당 1000~2000원 선. 지금은 누가 가져가지도 않아요.]

농민들은 정부가 수급 조절에 실패한 데다 중국산 수입까지 늘리는 바람에 가격 폭락을 불러왔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정부는 지난해 채소 값이 뛰자 농민들이 재배 면적을 늘렸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진 것이라면서 수매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문제는 냉해로 채소 출하량이 줄면서 최근 심상찮은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가격 폭락세가 이어지면서 배추 심겠다는 농민들이 줄어들어 올해 봄배추 재배 면적은 지난해보다 15%가량 감소했습니다.

여기다가 3월 꽃샘추위나 봄 가뭄으로 작황이 나빠질 경우 배추 값이 다시 크게 뛰어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영상취재 : 공진구, 박도민(KBC) 영상편집 : 김경연)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