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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수' 그저 수돗물일 뿐…5천억 애물단지

<8뉴스>

<앵커>

서울시가 생수대신 수돗물을 그냥 마실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아리수' 사업을 추진해 왔죠. 그런데 정작 이걸 그냥 마시는 분들은 많지 않죠? 예산만 5천억 원이 든 이 사업을 이제는 접기도, 계속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한세현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시가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을 만들겠다며 '아리수'생산에 착수한 것은 지난 2007년.

수돗물에서 나는 특유의 맛과 냄새를 없애 끓이지 않고도 그냥 마실 수 있는 고급 수돗물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구상에서 출발했습니다.

지금까지 정수 시설 설치와 홍보비 등 '아리수' 개발에 들어간 예산은 약 5천억 원.

그러나 서울 시민에게 '아리수'는 여전히 '마실 수 없는 수돗물'일 뿐입니다.

[권수정/서울 장지동 : 정제된 물이라는 느낌이 많이 안 들고, 수돗물 냄새가 많이 나서 찜찜했어요.
(더 마시고 싶은 생각은 없으셨어요?) 그런 생각 없었어요. 차라리 매장을 가서 (생수를) 사 먹을 생각했었죠.]

한 여론 조사 결과 아리수를 마신다고 답한 시민은 1.4%에 불과했습니다.

대부분 시민은 아리수가 생수나 정수기 물보다 덜 깨끗하고, 맛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료 판매와 중국과 동남아등 외국 수출을 염두에 두고 생산해 온 페트병 '아리수'도 골칫거리입니다.

국내판매를 위한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고, 외국 수출도 덩달아 막혔습니다.

[국회 관계자 : 노후 배수관을 고쳐야 할 곳이 많은데 아리수 판매를 허용하면 (예산이 부족해져) 노후 배수관 관리를 소홀히 하게 됩니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달 일본 요코하마를 방문해 아리수 활성화 방안을 집중 모색했습니다.

수돗물 음수율 40%가 넘는 요코하마의 사례에서 묘안을 찾아보자는 취지였습니다.

[박원순/서울시장, 일본 요코하마 가와이 정수장 (2월8일) : 1년에 230만 병이 유가로 판매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서울시가) 시민에게 (생산과정) 잘 보여주고 설득하고 신뢰를 받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시민들에게 외면받고 있지만 이미 들어간 막대한 예산을 생각하면 그냥 접을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서울시의 고민은 깊어만 갑니다.

(영상취재 : 홍종수, 김균종, 영상편집 : 박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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