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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나를 고발하든가' 트위터 글 자진 삭제

주상용 이사장, 기개는 어디가고?

[취재파일] '나를 고발하든가' 트위터 글 자진 삭제
'또 도로교통공단이야?' 퍼뜩 든 생각이었습니다. 얼마 전에도 교통공단 산하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시험관이 정답을 가르쳐주며 시험을 보고 있다는 기사를 썼기 때문이죠.

내용은 이렇습니다. 교통공단 주상용 이사장이 간부 회의에서 직원들에게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에 가입하라고 했고, 공단측은 이 말씀을 공문으로 만들어 전국 지사에 하달했다. 공문에는 특히 트위터 계정을 만든 직원들은 이사장을 팔로잉하라는 지시도 담겨 있었다, 뭐 이 정도였습니다.

이 공문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물론 '따르면 되지'라고 생각하신 직원들도 많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도 이런 지시를 공문으로 내리나'라며 불만을 가진 직원들 역시 상당수였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SNS의 장단점과 영향력 등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많은 담론이 있습니다. 하지만 SNS가 '누리꾼들의 자유로운 소통 도구'란 점에 이의를 제기할 분은 없을 것입니다. 주 이사장이 '자유로운 소통'이라는 SNS의 본질을 그가 가진 권력으로 침해했느냐, 그 침해가 직원들에게 억압으로 느껴졌느냐가 바로 취재의 시작점이었습니다.

공문을 입수한 뒤 주 이사장의 트위터를 열고 실시간 모니터링을 했습니다. 팔로잉 숫자가 계속 늘어났습니다. 백여 명에서 수백 명으로 다시 천 명을 돌파하는 데 24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모두 트위터에 새로 가입한 사람들이더군요. 팔로잉 숫자가 계속 늘어갈 때 주 이사장은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겨놓았습니다. '갑자기 많은 친구가 생겨 행복합니다'

그 글을 본 직원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저도 행복합니다'였을까요? 그 친구 관계가 진짜 친구 관계였을까요? "열정을 다 바치고 있는 우리 조직이 이토록 부끄러울 수 없다"며 자괴감을 토로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건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고 꼬집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주 이사장의 강요된 소통이 낳은 필연적인 반응들입니다.

'강요된 소통'도 심각한데, 주 이사장이 써놓은 글 역시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판단했습니다. 글은 몇 개 되지 않았지만 내용은 대략 '전교조는 대한민국이 망하기를 바라는 집단', '박원순은 안철수의 아바타' 등등 정치적 견해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모두 주 이사장이 교통공단 이사장에 재직 중에 쓴 글입니다. 

 


주 이사장은 공직선거법 상 선거 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하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모 공단 이사장 정도로만 정보를 공개하고 문의한 결과 글을 정확히 봐야 한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명예훼손 등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주 이사장을 직접 찾아갔습니다. 이사장 재직 시절 올린 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은 안 하시는지, 또 그런 글을 써놓고 직원들에게 팔로잉을 지시한 이유가 무엇인지 묻기 위해서였습니다. 대답은...뉴스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나를 고발하든가"라고 큰소리 치실 땐 언제고, 바로 모든 글들을 삭제하셨더군요.

다시 돌아가 생각합니다. SNS는 '자유로운 소통 도구'입니다. 신변잡기에서부터 정치적 소신까지 모두 SNS시장에 내놓을 수 있습니다. 그것들이 팔리느냐 안 팔리느냐는 전적으로 SNS구성원들의 개인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허나 그것들을 타인에게 강매해서는 안 되겠지요. 강요하는 순간부터 '자유로운 소통'은 사라지고 '억압'만 남기 때문입니다.

트위터 특징 상 직원들이 이사장을 팔로잉하면 이사장의 글은 직원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순식간에 SNS 공간 속으로 퍼져나가게 됩니다. 이사장의 견해와 관점이 다른 직원들은 '언팔'하고 싶어도 공문으로 강요한 소통이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겠지요.

주 이사장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직원들을 통해 조직적으로 널리 퍼뜨리려 했다는 음모론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직원들과 정말 소통하고 싶었다면 공문을 통한 강제적 팔로잉을 지시하기 보다는 트위터를 하고 있는 직원을 직접 팔로잉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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