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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도서관에 책이 없다?

[취재파일] 도서관에 책이 없다?
서울 시내 구립 도서관에 가보신 적이 있습니까? 물론 그렇지 않은 곳도 있겠지만, 가보셨다가 책이 별로 없어서 상당히 실망하신 경험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책이 없는 구립도서관'을 취재를 하게 된 계기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트위터였습니다. 한 시민이 "도서관에 책을 많이 넣어주세요. 동 단위 도서관까지는 바라지도 않아요. 구 단위 도서관인데도 책장이 텅텅 비어있고, 예산이 없어 책을 구입할 수도 없데요"라는 의견을 박 시장에게 트위터로 보낸 겁니다. 박 시장은 이 의견을 서울시 공식 트위터에 전달했는데요, '과연 정말 이렇게 책이 없을까'라는 의문이 취재의 시작이었습니다.서울시청을 출입하는 관계로 담당 부서 등에 수소문해 몇가지 자료를 얻었는데, 살펴보니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서울 시내 구립도서관은 모두 92곳인데 이 가운데 보유 장서가 2만 권도 채 안되는 곳이 1/3 가까이 됐습니다.

눈으로 확인하고자 직접 구립도서관 몇 군데를 가봤는데요, 대부분 새로 지어 건물은 좋았습니다. 수십억 원을 들여 통유리로 지은 곳도 있었고, 강남 서초 지역의 어떤 도서관은 건립에 200억여 원을 들인 곳도 있었습니다. 도서관 뿐 아니라 옥상정원이나 기타 시민 편의공간을 갖춘 곳도 많았습니다.

시민들의 문화 여가 생활을 위한 도서관이 많고, 시설이 잘 갖춰진 건 분명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책이 많지 않았습니다. 눈으로 보기에도 확연히 빈 책장이 많았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입수한 자료를 보니 각 구립도서관들은 정작 새 책을 들여놓는 일은 게을리하고 있었습니다. 시내 구립 도서관 92곳 가운데 60여 곳이 지난해 장서량 증가율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쉽게 설명드리면 지난 2010년 들여놓은 책보다 2011년에 들여놓은 책이 더 적었고, 그런 도서관이 전체의 2/3에 달했다는 건데요, 심하게는 장서증가율이 1/3 정도로 급감한 구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시내 전체 구립도서관의 장서증가율도 -15%P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시가 장서 구입비 등 지난해 구립도서관에 지원한 예산은 모두 35억 원으로, 적은 돈이 아닌데요, 그런데도 이렇게 책 구입이 저조한 이유를 구립 도서관 관계자들에게 물어봤더니, 대답이 가관이었습니다. 예산은 많은데 책을 한꺼번에 많이 구입하면 신간이 새로 나왔을 때 새로 꽂을 자리가 없어서 조금씩 사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도서관들은 계속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현재 92곳의 구립도서관 가운데 86곳이 2000년대에 지어졌고, 40여 곳 이상이 최근 3년 사이 개관했습니다. 지금도 각 지자체들은 도서관 짓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요, 화려한 도서관을 많이 짓기보다 그 안을 채워넣을 책을 확보하는 데 더 신경써야 하는게 아닌가 싶어 조금은 씁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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