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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영웅이 된 수경…'조작'은 아니었지만

고 조민수 수경 미담 조작 의혹 수사 결과

[취재파일] 영웅이 된 수경…'조작'은 아니었지만

지난 20일, 경찰이 순직 의경의 미담 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동두천에서 근무 도중 숨진 고 조민수 수경이 시민을 구하려다 폭우에 휩쓸린 게 아니라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수사였지만 1주일 넘게 조사한 결과는 의외로 애매했습니다.

"미담 조작은 없었다, 하지만 시민을 구하려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지난번에 적시한 대로, 경찰은 조 수경이 물이 찬 숙소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숨진 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상부에서 "물이 목에 찰 때까지 버텨라"는 지시 때문에 탈출하지 못했다는 의혹은 해소된 겁니다. 하지만 실제 조 수경이 시민을 구하기 위해 급류에 뛰어 들었는지는 미지수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경찰도 한발 물러선 인상입니다. 왜일까요? 앞서 이번 수사 결과 드러나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구조된 시민 강 씨의 얘기부터 시작합니다. 강 씨는 미군 부대 담벼락 철조망을 붙잡고 있다가 조 수경이 폭우에 휩쓸려가는 걸 봤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있던 다른 의경들에 의해 구조된 뒤에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당시 강 씨는 "사람이 갑니다, 사람이 가요"란 얘기를 들었고, 누군가 자신을 구하러 오는걸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누구인지를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당시엔 '나 때문에 의경이 숨졌나보다'라고 생각했던 거지, 그 사실을 단정할만한 증거를 대지 못했습니다.


또 하나, 조 수경은 홀로 상패교 방향으로 걸어 내려오다 급류에 휩쓸렸습니다. 그런데 조 수경이 휩쓸리기 시작한 시점에서 보면, 담벼락에 있는 강 씨를 볼 수 없었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경찰은 아무리 조 수경이 키가 크고 시야가 좋더라도 칠흑같이 어두운 밤, 강 씨가 담벼락에 매달려 있던 지점을 볼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사고 당시, 동료 의경들의 진술은 엇갈렸습니다. 조 수경을 목격한 동료들은 대부분 상패교 부근에 있던 버스에 타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조 수경이 급류가 있는 위험한 곳으로 내려오는 걸 봤고, '오지마라'고 수차례 외쳤습니다. 또 이들은 강 씨가 담벼락에 매달려 허우적대고 있는 걸 보고 강 씨를 구하기 위해 수차례 로프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오지 말라는 조 수경이 다가오고 있고, 강 씨는 허우적대고 있고, 혹시나 강 씨를 보고 오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따라서 '강 씨를 구하려다 숨졌다', 혹은 '소대원들이 있는 버스에 오려다 숨졌다'는 의견으로 엇갈린 겁니다. 그런데 이 때 중대장은 사망 경위에 대한 조사를 할 겨를이 없이 '구조 중 순직'이라고 상부에 보고했습니다.

조민수 수경의 죽음은 정말이지 우리들의 판단의 몫이 됐습니다. 조민수 수경이 강 씨를 직접 발견했을 가능성은 적다, 그리고 지도부는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고 '구조 중 순직'으로 보고했다… 근래에 보기 드문 애매한 결론에 기자들도 술렁였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그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지난해 여름 국가적인 재난 상황에서 안타까운 순직이 있었고, 그에 대한 어떤 보상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겁니다. 경찰이 냉정하게 판단하고 정밀하게 조사해서 자로 잰듯한 결과를 냈다면 물론 더 좋았겠지만, 폭우로 모든 게 쓸려갔던 당시엔 그렇게 하지 못했던 상황이었음을 이해해 달라고도 했습니다. 애써 말을 아꼈던 유족들도 심난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조 수경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취재는 여기까지입니다. 막상 기사를 쓰려니 '구조를 하려 했나, 아니었나'를 놓고 고인을 돌이켜야 했다는 게 좀 잔인할 따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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