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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곽노현 교육감 판결 이후

검찰에 아쉬운 3가지

[취재파일] 곽노현 교육감 판결 이후
후보자 매수 혐의로 기소된 곽노현 교육감에 대해 '벌금 3천만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의 여진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1심 재판부가 "곽 교육감이 박명기 교수에게 건넨 2억원의 대가성은 인정하면서도 곽 교육감이 이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보고 구형량 징역 4년에 크게 못 미치는 벌금 3천만원을 선고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벌금 3천만원'형이 지나치게 가볍다며, 또 곽 교육감은 "박명기 교수에게 건넨 2억원에 대가성이 있다고 본 판단을 승복할 수 없다"며 항소했습니다.

검찰이 특히 격앙됐습니다. 판결 당일 대검 공안부장이 기자 회견을 자청해 "사안의 중대성과 죄질에 비추어 지나치게 경미한 것으로 전형적인 봐주기 판결"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일선 지검이 기소한 사건의 최종심도 아닌 1심 결과에 대해 대검 차원에서 기자회견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검찰은 △ 2억원의 대가성은 인정하면서도 곽 교육감에게 벌금형만 내린 점 △ 양측이 2억원을 주고 받았는데 한 쪽은 실형, 한 쪽은 벌금형이이어서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점 △ 상임 선대본부장이면서 공식 회계 책임자, 40년 지기 친구가 대리했던 합의를 곽 교육감이 몰랐다고 인정한 것은 피고인의 변명에 경도된 걸로 보이는 점 등을 근거로 법원 판단을 비판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도 사견을 전제로 "법원이 곽 교육감 측을 '단일화 피싱사기단'으로 인정하면서도 사기 피해자만 실형을 선고했는데 이걸 누가 받아들이겠나"며 "어느 누구도 믿지 않는 것을 판사만 믿는 '화성인 판결'이라 지구인인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곽 교육감도 1심 선고에 불복하긴 마찬가지. 선고 후 풀려나면서 "대가성과 관련한 법원의 판단에 승복할 수 없다. 2심과 나머지 재판에 성실히 임해 무죄 판결을 받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제 공은 2심 재판부로 넘어갔습니다. 2심 재판에서도 1심 때와 마찬가지로 실무진의 금품 제공 합의를 곽 교육감이 언제 알았는지, 곽 교육감이 건넨 2억원에 대가성이 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덧붙여 1심 선고의 가장 큰 논란이 '양형' 부분도 새로 따지게 됩니다.

하지만 선고 후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입장에서 몇 가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우선 검찰이 법원 판결에 불복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일이 불가피하다고 해도, 굳이 대검 공안부가 직접 나설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입니다. 검찰이 판결의 부당함을 무겁게 여기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심산으로 해석되지만 수사를 직접한 서울중앙지검 차원에서 주장했으면 될 일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 선고 당일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이 비슷한 강도의 논평을 내놓으면서 옥상옥 같은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검찰 관계자의 '단일화 피싱 사기단' '화성인 판결' 같은 표현도 부적절해 보입니다. 증거에 입각한 사실(事實)로서만 공소를 제기하는 게 검찰입니다. 판결에 대한 가치 판단을 논평하는 자리였다고는 해도 '피싱 사기단'. '화성인 판결' 같은 표현은 검찰에 어울리지 않는 표현입니다.

여기에 또 한 가지, 검찰 일각에서 이번 재판을 맡은 부장 판사가 서울변호사회의 판사 평가에서 만점을 받은 사실을 두고 "형사 재판에서 변호사에게 높은 점수를 딴다는 게 뭘 의미하느냐"며 폄훼하는 목소리도 있어 놀랐습니다.

형사 재판은 검사와 피고인(변호인)이 맞붙는 사안의 성격상 변호인에게 점수를 잘 받았다는 것은 대체로 피고인(변호인)에게 유리한 판결을 많이 냈기 때문 아니냐는 뉘앙스로 들립니다. 이 판사의 유무죄 선고율이 정확히 어느 정도 되는지 아는 바 없지만, 1심 선고에 대한 비판 논거로 사용될 사안은 아닌 걸로 보입니다.

검찰은 곽노현 교육감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5개월간 수사와 공소 유지에 총력을 기울였고, 곽 교육감측 또한 무죄를 주장하며 치열하게 다퉜습니다. 이제 장외 설전은 중단하고, 법정에서 보다 더 충실한 증거와 법리로 유무죄를 다투는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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