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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시민혁명 1년 맞는 중동 표정

[취재파일] 시민혁명 1년 맞는 중동 표정
안녕하십니까? 새해 첫 카이로 브리핑입니다. 1월은 모두에게 새롭지만 올해 이 곳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시민들은 감회가 남다릅니다. 수많은 희생으로 이뤄낸 시민혁명이 1주년을 맞는 시점이기 때문이죠.

      

시민혁명 1년…기대와 불안 교차, 불확실성 여전

지난 토요일이 재스민 혁명으로 튀니지의 독재자 벤 알리 대통령이 권좌에서 쫓겨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고요. 다음 주인 1월 25일은 이집트의 코샤리 혁명이 시작된 지 1년이 되는 날입니다. 시민혁명 이후 지난 1년간  여러 변화들이 있었는데요, 우선 튀니지로 가 보시죠. 

튀니지 / 새 정부 출범…과거청산 박차

튀니지에선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중도 이슬람 정당이 다수당으로 선택 받았고, 인권운동가 출신의 마르주키를 새 대통령으로 선출했습니다. 벤 알리 대통령 일가의 부정축재 재산을 몰수하고 벤 알리 대통령의 초호화 대통령궁을 매각하는 등 개혁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혁명 이후 실업률은 오히려 20% 가까이로 더 높아졌고, 물가폭등과 빈부격차 등 혁명의 원인이 됐던 사회적 갈등 요인도 여전한 상황. 튀니지에서 촉발된 재스민혁명이 SNS를 통해 주변국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이집트와 리비아 등도 혁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였고 다음 주 수요일 25일은 이집트의 코샤리 혁명이 발발한 지 1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죠. 

이집트 / 하원 총선 마무리…6월 대선 주목

이집트 역시 800명이 넘는 시민들이 희생되면서 30년 무바라크 독재를 무너뜨렸죠. 억눌렸던 민주화에 대한 욕구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1년 내내 시위와 유혈충돌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일단 지난해 11월 말부터 시작된 하원선거가 마무리되면서 무바라크 이후의 권력지도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전 브리핑에서 말씀드린 대로 하원선거에서는 이슬람주의를 표방하는 무슬림형제단 계열의 자유정의당이 전체 의석의 47%에 달하는 233석, 그리고 이슬람 근본주의를 표방하는 누르당이 24%인 121석 가까이를 얻었습니다. 이슬람정당의 득표율이 70%를 넘는 압승이죠.

여성차별과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 폐기 등 과격한 정책들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는데, 6월 대선 결과에 따라 이집트의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력한 대선후보로 꼽혔던 엘 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이집트의 진정한 민주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 후보직을 포함한 어떤 공직도 맡지 않겠다고 불출마를 선언해 버렸습니다. 

리비아 / 총선, 대선 통해 새 정부 출범 예정…시민군 간 쟁탈전 등 치안 불안

튀니지와 이집트에 이어, 내전 끝에 카타피의 독재 체제를 무너뜨린 리비아 역시 올해 의회 구성과 대통령 선출을 위한 선거를 치를 예정입니다. 하지만 각양 각색의 지역 시민군의 주도권 다툼 속에 크고 작은 유혈충돌이 계속되고 있고, 석유와 재건 사업 이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서방과 외국자본의 각축이 뜨겁게 전개될 것 같습니다. 

시리아 / '아사드 정권 붕괴 임박' 관측

아랍국가들의 감시단 파견에도 불구하고 유혈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운명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관심사인데요, 이스라엘 국방부의 분석에 따르면 앞으로 5주에서 11주 정도가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시민혁명 1년이 지난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2012년은 ‘선거’와 ‘불확실성’이라는 두 단어로 압축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혁명으로 권력지도가 바뀐 나라들은 ‘선거’를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를 것이고, 여전히 유혈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나라들은 시민혁명이 어떤 형태로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죠. 

이란 핵문제 / 2012년 세계 정세 최대 불안 요인

2012년 중동 정세의 또 다른 변수 중의 하나는 이란 핵문제죠. 연초부터 연이은 이란의 무력시위와 핵 과학자 암살사건까지 벌어지면서 긴장이 첨예해지고 있습니다. 시민혁명으로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친미정권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면서 고립이 심화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입장에서 이란의 핵무장은 최악의 시나리오인 셈이죠. 

이스라엘 '모사드', 이란 핵과학자 암살 배후로 지목

지난 해부터 벌써 4명째인 이란 핵 과학자 암살의 배후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지목되고 있는 것도 이런 주변 정세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이란이 서방의 석유금수조치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빼들고 나온 것이나, 간첩혐의를 받고 있는 이란계 미국인에게 사형을 선고한 것 등 일련의 조치들을 보면, 핵개발 과정에서 북한이 핵실험과 핵시설 가동의 조치와 미국인 억류 등을 대미협상용으로 구사했던 벼랑 끝 전술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처럼 올 한해도 중동과 북아프리카 전역은 시민혁명의 연속선상에서 숨가쁜 정세가 전개될 것 같습니다. SBS 카이로 지국은 올해도 계속될 시민 혁명의 생생한 현장을 전해드리기 위해 방탄복과 철모를 새로 준비했습니다. 아무쪼록 평화로운 권력교체와 인권이 보장되는 민주주의가 하루 빨리 정착돼서 이런 장비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

카이로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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