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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미국 FDA "HCG 다이어트 보조제 효과 없다"

HCG 다이어트 주의령

[취재파일] 미국 FDA "HCG 다이어트 보조제 효과 없다"
뭐 기사 없나? 하고 이 곳 저 곳을 둘러보는데 이런 기사가 하나 보이더군요. 아주 짧은 기사였습니다. "HCG Diet Products Illegal, FDA Warns Seven Companies" 우리 말로 하면 'HCG 다이어트 불법, 미국 식품의약국 7개 제조회사에 경고' 정도 되겠죠. 물론 평소에 다이어트에 관심이 없다 보니 처음에는 무심코 넘겼습니다. 그러다 우리나라도 다이어트 열풍이 만만치 않은데, 혹시 하면서 검색을 해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HCG 다이어트에 관한 글들이 넘쳐나더군요. 미국 식품의약국 FDA가 불법이라고 한 이 다이어트를 한국 분들도 많이 하고 있다면 이 건 알려야 할 내용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봤던 외신 기사는 아까 말씀드린대로 아주 짧은 기사였습니다. 그 것도 시일이 조금 지난...

이 곳 저 곳 검색해 봐도 자세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미국 기자들도  이 발표를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간 듯 했습니다. 그래서 FDA 홈페이지를 직접 들어가 봤습니다. 더 직접적인 표현이 담겨 있더군요.

HCG 제품들이 체중을 줄여 준다는 것은 사기라는 제목으로 이런 경고의 글들이 써있었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시중에서 의사의 처방전 없이 팔리고 있는 HCG 제품들이 체중을 줄여준다는 것은 입증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불법이라는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알립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HCG 제품들을 저칼로리 다이어트(한국에서는 기아 다이어트라고 하더군요. 하루에 500cal만 먹는...)와 병행해서 먹고 있는데, 살이 빠지는 것은 저칼로리 다이어트 때문이지 HCG 제품 때문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체중을 빼는데 도움을 주도록 만들어졌다고 FDA가 승인한 HCG 제품은 없습니다. FDA와 미 연방 통상위원회는 함께 체중 감소용이라며 HCG제품들을 처방전 없이 팔도록 하고 있는 7개 제조회사들에게 경고장을 보냈습니다."

이보다 명확할 수 없는 설명이었습니다. 미국에서 팔리고 있는 HCG 제품들 가운데 살 빠지는데 도움이 된다고 FDA가 승인한 제품은 하나도 없다는 얘기입니다. 조금 더 자료를 찾아보니까 HCG 제품을 장기 복용할 경우 담석이 생길 수 있고, 부정맥 같은 심장 질환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HCG 제품은 먹어서는 안된다는 얘기인데, 여기서 확인할 게 하나 생겼습니다. HCG가 뭐냐 하는 거죠? 영어로 찾아 보니까  Human Chorionic Gonadotropin이라는 호르몬이라네요. 임산부에게서만 나오는 거랍니다. 드라마같은 데서 임신 여부를 확인할 때 두 줄이 생기는 지를 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바로 그 게 HCG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만에 하나 임산부가 영양이 부족해 태아가 영양결핍에 빠질 수도 있는데, 그럴 때를 대비해 HCG 호르몬이 임산부 몸안의 체지방을 태운 뒤 혈액으로 보내서 태아에게 공급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체지방을 태운다는 부분에 착안해서 만든 게 바로 HCG 다이어트 보조제였던 거죠.



워싱턴 지국과 가까운 대형 마트에 가봤습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대형 마트에서 약품들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의사의 처방전 없이도 말이죠. 예상대로 HCG 다이어트 보조제도 바로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나는 한 방울씩 입안에 떨어뜨리는 제품이고, 다른 하나는 알약이더군요. 대형 마트에는 약사가 두 명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에게 가서 제품을 보여주면서 물어봤습니다. 이 제품이 인기가 있느냐고요? 바로 제품을 알아보지 못해서 이 게 그렇게 인기가 없는 모양이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품을 한 차례 살펴본 약사가 "아, 이 제품 내가 여러 명에게 팔았다. 인기가 좋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의사 처방전 없이도 살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당연하다."고 했습니다.

마트를 나와 길을 지나는 사람들, 특히 여성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대부분 바쁘다고 외면하는 미국인들을 상대로 거리 인터뷰를 한다는 게 사실 쉬운 일이 아닌데요, 한 2-30분 걸려서 2명을 인터뷰 했습니다. 한 명은 "사실 이 제품을 잘 모르지만, 다이어트 보조제라고 한다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팔리는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또 다른 한 명은 "HCG 제품 잘 안다. 나는 안 쓰지만 내 친구가 이 걸 먹어서 살을 뺐다고 하더라."고 했습니다. 효과가 있다는 말을 친구에게 들었다는 겁니다. 그 사람들에게 FDA가 이 제품 판매가 불법이라고 경고했다는 사실을 알리니까 다들 놀라더군요.

취재를 마치고 지국 사무실로 돌아와서 다시 국내 인터넷을 뒤져봤습니다. HCG 다이어트 카페만 해도 여러 개, 블로그 글은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한국 사람들, 특히 여성분들이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만큼 미국에서 인기를 끈 다이어트 제품이 한국에 안 알려지는 게 오히려 이상하겠죠. 다만 이 분들 글 중에서 HCG 다이어트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글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HCG 다이어트의 효과, 방법, 체험수기 같은 글들이 대부분이었죠. FDA가 부연 설명한 글중에 이런 게 더 있었습니다. "HCG는 불임 치료등 극히 예외적이고 전문적인 경우에 한해 의사의 처방을 받고 나서 투약돼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HCG 다이어트를 하고 계시는 분들이나 관심을 갖고 계시는 분들은 이 글을 보시고 생각을 많이 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FDA의 설명이 무슨 대수냐 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효과가 있다고 검증된 것이 없고, 더욱이 의사의 처방없이 소비자들이 구입하도록 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FDA의 경고는 흘려 보낼 성질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FDA 경고가 나온 이후에 미국에서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FDA 발표를 믿을 수  없다. 내 눈으로 분명히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하고 있고, 어떤 이들은 "그 건 아마도 플라시보 효과일 것이다.(실제 효과는 없는 약인데, 있는 것으로 믿고 먹었을 때 일부 효과가 나타나는...)"며 FDA 편을 들고 있기도 하고요.

이런 논란의 와중에 공통된 결론은 "살을 빼려면 절식하고 꾸준히 운동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자가 되고 나서 이런 저런 기사를 많이 써봤지만, 다이어트 보조제에 관한 기사를 써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절식, 절주하면서 꾸준히 운동해서 몸을 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다짐은 새해로 조금 미루고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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