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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남자 화장실에 여자 미화원, 어떻게 생각하세요?"

[취재파일] "남자 화장실에 여자 미화원, 어떻게 생각하세요?"
남자 화장실에 여자 환경 미화원이 들어가면 어떨까? 우리나라 공공시설 남자화장실에 여자 환경 미화원이 수시로 화장실에 들어가 청소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광경이 돼 버렸습니다. 남자들이 화장실 한쪽 벽에서 속옷을 내리고 소변을 보는데도 미화원들도 별일 아니라는 듯 남자 화장실로 들어갑니다.

아니, 프라이버시는 어디 갔나요? 이해와 양해를 구하고 비난을 각오하면서, 취재를 위해 남자 화장실에 들어갔습니다. 재미있는 건 많은 남자들이 여자 미화원을 보고도 '엄마 같기도 해서 괜찮아요', '어렸을 때부터 그래왔으니까요', '특별히 신경쓰진 않아요'라고 답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신경쓰는 분들도 있습니다. 미화원의 등장에 소변보는 자세를 고쳐잡는다던가, 미화원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경계를 하거나, 소변기로 가려다 좌변기를 찾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환경 미화원들은 어떨까요. 물론 아무 일이 아니라는 듯 애써 담담한 척 남자화장실에 들어가지만, 이분들도 맘이 편할 리가 없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남자는 남자화장실, 여자는 여자화장실 들어가는 게 당연하다고 배웠는데, 성적 수치심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하지만 환경 미화원들은 대부분 여자들이고, 매시간마다 남자 화장실 청소는 해야겠고...아무렇지 않은 척이라도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서로 민망하긴 마찬가진데, 청소하는 자신에게 대놓고 화를 내거나 불쾌감을 표시하는 분들이 있으면 당장이라도 나오고 싶다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불편함을 서로에게 직접 얘기하지 않더라도 해당 기관에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한 지하철 역사에는, 남자화장실에 여자 미화원이 청소하는 걸 두고 한 달에 열 번 꼴로 민원이 접수됐다고 합니다. '미화원이 불쑥 들어오니 불편하다', '남자 미화원을 써야 하는 거 아니냐', '외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등등.

 


이런 불편을 해소하는,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화장실 입구에 '여자 미화원이 청소 중이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란 내용으로 가림막을 설치하는 겁니다. 여자 미화원이 한시간에 한 번씩 남자 화장실에 청소하러 들어갈 때는 이 가림막을 펼쳐놓고 사람들이 알 수 있게 미리 안내를 하는 겁니다. 입간판을 세우자니 걸리적 거리고 눈에 잘 띄지 않았는데, 창 가림막 처럼 천장에 가림막을 매달아 필요할 때만 펼쳐 놓으면 공간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가림막이 설치된 후 화장실 앞 풍경을 지켜봤습니다. 낯선 안내를 유심히 보는 사람들, 안내를 읽고 화장실 입구에 잠시 대기하는 사람들, 안내를 읽고 자연스레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들... 어떤 행동이든 그들의 마음은 한결 편했을 겁니다. 여자 미화원이 불쑥 들어오는 데 놀라지도 않을 것이고, 그런 불편을 감수하기 싫어 밖에서 1, 2분간 기다릴 수도 있을 테니까요. 환경미화원들은 어떨까요. 자신이 청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존중해 주는 손님들 덕에 불편이 덜었을 겁니다. 실제로 이 가림막이 올해 초 설치된 지하철 역에서는 민원이 단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별 거 아닌 안내 문구 한 줄이지만, 서로를 배려하는 따뜻한 아이디어가 돋보이지 않나요? 가림막은 내년까지 서울시내 지하철 1, 2, 3, 4호선 모든 역사에 설치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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