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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전형료 환불은 꿈도 꾸지마라

대학 입시 전형료의 실체

[취재파일] 전형료 환불은 꿈도 꾸지마라

수능이 끝남과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본격적인 2012학년도 대입 시즌이 시작됐습니다. 대학들은 조금이라도 더 우수한 학생들을, 학생들은 조금이라도 더 좋은 대학, 나은 학과를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는데요, 지난 주말에는 촘촘하게 짜여진 대학별 논술 시간 때문에 오토바이 퀵 부대도 동원됐습니다.

경희대-서강대 구간이 5-6만 원이라고 하니, 평소 퀵서비스 비용의 2-3배 가격인가요, 하지만 그깟 돈 몇만 원에 대학을 포기할 수는 없죠. 안 그렇습니까? 그리고 목숨까진 아니어도, 위험을 감수하고 '쏘'시는 오토바이 운전자 분들에 대해서도 응당 '+알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눈 한번 질끈 감게 하는 수준과 달리 눈살을 한껏 찌푸리게 하는 고도의 '상술'을 펴는 이가 있으니 바로 '대학들'입니다.

올해부터 대학들은 대학 정보공시 창구인 '대학알리미 사이트'에 '입시수당'을 공개해야 했습니다. 쉽게 말해 논술 같은 대학별 교사를 볼 때 출제 교수나 감독관에게 수당을 얼마나 줬는지를 밝힌 거였는데요, 학교별로 천차만별이어서 놀랐습니다. 1일 지급 수당 기준으로 우선 국립인 서울대는 8만 원 수준이었고, 연세대는 50~75만 원, 고려대는 30만 원 정도였습니다.

최고 10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이유를 각 대학 측에 문의한 결과 수당 산정에 있어 특별한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은 없었습니다. 한 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교수들이 수당이 너무 적다는 의견을 개진하면 회의를 열어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고 밝혔는데요, 밖에서는 입시전형료가 너무 비싸다며, 고3 교실 한 반에서 2천만 원이 드네 어쩌네 했지만, 그 돈이 너무나 쉽게, 주먹구구식으로 사용되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들이 입시를 '장사'로 여기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도 발견했는데요, 고려대 세종캠퍼스의 경우에는 출제 교수에게 전형별로 (학생)지원율에 따라 특별수당을 지급하도록 한 겁니다. 문제 출제 교수야 한 번 출제하고 나면 100명이 오든 500명이 오든 상관이 없는데도 학생들이 많이 오면, 즉 대학이 돈을 많이 벌면 더 많이 주겠다 이런 식인 겁니다.



대학들의 이런 '꼼수'는 비단  수당 뿐 아니라, 다른 지출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전기나 수도요금을 예로 들 수 있겠는데요, 솔직히 면접을 보건, 논술을 보건 간에 재학생들이나 교직원들을 모두 내쫓고 시험을 보지 않는다면, 입시 때문에 수험생들이 사용한 전기나 수도요금을 어느 대학이 정확히 산출할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애매한 부분이 있을 때는 일종의 융통성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수험생들에게 모두 뒤집어 씌우는 건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사립대가 이런 식으로 1년치 공공요금을 365일로 나눈 다음 입시가 치러지는 날 수만큼 입시에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연히 다른 대학 공공요금의 열 배가 넘는 금액이었는데, 해당 기간 재학생과 교직원이 쓴 수도와 전기요금을 수험생이 대신 내준 셈이 되겠네요. 그나마 붙었으면 다행일텐데 떨어졌다면 많이 억울하겠네요.

그 밖에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학들의 '꼼수'는 각양각색이었습니다. 제멋대로 지출을 부풀리는 모습이 마치 등록금을 산정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었는데요, 이런 대학들에게 정부는 내년부터 입시에 쓰고 남은 전형료를 되돌려 주라고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전형료를 실비로 정산하고 남는 돈을 돌려주게 하면 대학들이 많이 걷지도 않을 것이라는 다소 '순수'하고, '순박'한 아이디어죠? 입시수당이나 지출에 있어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도 제시하지 않고 '실비' 얘기를 하는 정부 당국이나 제멋대로 주먹구구식으로 지출을 꿰워 맞추며 배를 불리고 있는 대학이나 사실상 전형료 인하의 의지는 없다고 봐야겠네요. 대학들은 어떤 '꼼수'를 부려서라도 돈을 다 쓰거나, 아니면 '마이너스'라며 빈 손을 내보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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