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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세계 파워 피플에 한국인은 없다?

힘 센 남자는 없어도 힘 센 여자는 있다

[취재파일] 세계 파워 피플에 한국인은 없다?

오늘 제 눈에 들어온 기사가 하나 있었습니다. 포브스(Forbes)라는 잡지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미국 잡지인데요, 2주마다 나옵니다. 경제 쪽에 전문성을 가진 잡지로 경쟁지로는 포츈(Fortune)지와 비즈니스 위크지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세계에서 가장 힘 센 사람,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사람, 미국 부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등 각 주제별로 인물을 선정해서 발표하는 것으로 유명하죠. 여러분도 대부분 '포브스 선정 00한 인물 랭킹'에 관한 기사들을 한두 번씩은 읽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포브스가 발표한 명단은 세계에서 가장 힘 센 사람 70인이었습니다. 영어로는 "The most powerful people"이었습니다. 좀 더 유연하게 표현하면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먼저 1위부터 10위까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푸틴 러시아 총리, 후진타오 중국 주석, 메르켈 독일 총리,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공동창업주, 압둘라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교황 베네딕토 16세, 버냉키 美연방준비제도 의장,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캐머런 영국 총리 순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1위에서 지난해에는 2위로 밀려났다가 이번에 다시 1위로 복귀했습니다. 본인이 제안한 일자리 법안이 아직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재선 가능성도 불투명한 오바마가 무슨 1위냐 하는 반문이 나올 것을 의식했는지 포브스는 부연 설명을 붙였습니다. 9.11테러 이후 10년 동안 어디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던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는 데 성공했고, 여전히 세계 최강대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지도자라는 점을 감안했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1위에 올라 떠오르는 중국의 위상을 과시했던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올해 2위도 아닌 3위로 밀렸습니다. 내년에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영향력이 쇠퇴한 것이 이유라고 합니다. 2위는 러시아의 푸틴 총리가 차지했습니다. 내년에 대통령으로 복귀하는 게 확실시되면서 세계에서 두번째로 힘 센 사람으로 인정받게 된 거죠. 4위인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여성으로서는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10위 안에서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입니다. 올해 나이 27살, 다스리는 나라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핵무기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닌 20대 청년이 세계에서 아홉번재로 힘 센 사람에 선정됐으니, 미국 언론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겠죠?  저커버그는 지난해 처음으로 이 명단에 올랐는데, 그 때 순위는 40위였습니다. 1년만에 31계단이나 뛰어올랐습니다. 이 곳 언론들은 "CIA가 60년 동안 해내려고 해도 실패했던 것을 불과 몇년만에 해낸 인물이다. 그 일이란 다름 아니라 8억 명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게 한 것이다."

궁금증이 발동했습니다. 과연 한국 사람이 있을까? 이명박 대통령이나 삼성 이건희 회장 정도는 세계 70위 안에 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고요.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두 사람의 이름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포함돼 있었습니다. 38위에. 반 총장의 지난해 순위는 41위였으니까 오른 셈이죠. 그러고 보니 지난해에는 마크 저커버그(지난해 40위,올해 9위)와 비슷했는데 올해는 격차가 많이 났네요.

그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반기문 총장 바로 앞순위 인물이었습니다. 바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입니다. 지난해 31위에서 37위로 순위가 떨어졌는데, 그래도 반기문 총장 보다는 더 힘 센 인물로 평가받은 것이죠. 무엇보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미국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일 겁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식량지원을 호소해야 할 정도로 가난한 북한의 지도자보다 영향력 측면에서는 평가를 못받고 있는 셈이기도 하고요.

포브스가 무슨 절대적인 권위를 가진 잡지도 아니고, 포브스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측면도 있을 수 있으니까 이런 순위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다만 포브스가 선정한 순위가 각 국의 주요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일종의 상호작용 같은 것을 일으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그런 측면에서 대한민국이 강한 나라라는 인식은 아직 범세계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가질 수는 있겠죠.

참고로 영향력있는 인물 70명 중에 범죄조직의 두목도 두 명이나 들어있습니다. 멕시코 마약왕 조아킨 구스만 로에라가 55위, 뭄바이 범죄조직 두목 이브라힘 카스카르가 57위네요. 우리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인데, 세상은 그들의 파워(범죄적이면서 부정적인)를 인정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포브스 홈페이지를 보다가 다른 데는 한국 사람이 없나 하고 뒤지다가 발견한 사실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을 선정해 놓은 데가 있는데요, 거기안에 한국인, 엄격하게는 코리안-아메리칸이 한 명 있었습니다. 혼자서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이름도 장진숙(Jin Sook Chang)으로 한국인이 분명했습니다. 현재 국적은 미국, 그런데 포브스가 그녀의 사진은 구하지 못한 모양이었습니다. 환하게 웃는 다른 여성들 사진 사이로 장진숙씨의 얼굴만 그림자로 돼 있습니다.

현재 사는 곳은 캘리포니아주 비벌리 힐스, 고향은 부산, 결혼했고 자녀가 2명 있다고 돼 있습니다. 자수성가해서 수십억 달러의 재산일 일군 6명의 미국 여성 중 한 명이라고 합니다. 1981년에 미국으로 이민을 왔고, 1984년에 회사를 차렸습니다. Forever 21이라는 패션체인점을 소유하고 있는데요, 1984년 처음에 3만5천 달러이었던 매출이 올해는 무려 35억 달러가 됐다고 합니다.

전 세계에 480개가 넘는 매장이 있고 직원이 무려 3만 4천 명이라고 하네요. 큰 딸이 마케팅을, 둘째 딸이 디자인 관리를 담당하는 가족 회사라고 하는데, 기독교 신앙이 독실한 부부여서 매일 새벽 5시에 장로교회에 나가 새벽 예배를 본다고 소개돼 있습니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이런 분의 사진을 구하지 못했다는 게 조금은 이해가 안 되지만, 미국 지역 특파원들이 한 번 소개할 만한 인물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파워 인물 70명을 다 보고 싶으시면 www.forbes.com/power를 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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