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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중국인이 찾는 나라, 한국

- 중국 국경절 관광객 취재기 1

[취재파일] 중국인이 찾는 나라, 한국

지난 1일부터 시작되는 중국 황금 연휴를 맞아 7만여 명의 중국인들이 한국에 여행을 왔습니다.

면세점과 백화점 등이 몰려있는 명동 일대에는 외국인들을 실은 대형 버스가 줄지어 다녔고, 거리에는 쇼핑에 나선 외국인들로 발디딜 틈 없었습니다.

이대로라면 정말 관광대국이 될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지난 며칠간 한국에 온 중국인들을 만나봤습니다.

#1. 한류의 힘

              




왜 이렇게들 몰려왔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관광객들은 연령대, 취향도 다양했습니다.

하지만 하나같이 '한류'라는 말을 빼놓지 않더군요.

한류로 시작한 인상은 한국 문화 전체로 이어지고 여기에 서비스, 의식 수준, 역사 등 다양한 방면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한주간 서울 시내에서는 한류 스타들과 관련한 행사가 줄을 이었습니다.

한 면세점은 직접 잠실 경기장에 아이돌 그룹들의 공연을 마련했고, 패션 1번지인 강남에서는  올해 패션 페스티벌의 주제를 '한류스타 스타일 따라잡기'로 잡았습니다.

아이돌 그룹의 사진에 중국어나 일본어가 적힌 광고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했고, 한국 말을 할 줄 모르는 관광객들도 한류스타의 이름만은 정확하게 듣고 반응했습니다.

명동 쇼핑가의 국산 화장품 가게는 주말엔 발디딜틈 없이 북적였습니다.

땅 값 비싼 명동에 가맹점들이 두세 곳씩 있어도 어디든 붐볐습니다.

서구 명품 화장품들도 많은데 왜 국산 화장품을 사는지 물었는데, 일단 화장품 모델들을 좋아한답니다.

그렇게 듣고 간판을 보니 국산 화장품 모델들이 주로 아이돌이었습니다.

모든 게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명동 한복판, 가장 잘 보이는 곳에 한류스타를 내세운 화장품 광고가 있는데 관광객들이 어떻게 지나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지난 일요일이었죠, 가수 비의 길거리 공연이 있었습니다.

강남 영동대로 편도 7개 차로에서 열리는 무료 공연에, 입장권을 받으려는 팬들이 몰려들면서 아침부터 인도 한켠도 통제되고 말았습니다.

연휴가 끝나가고 많이들 출국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현장엔 콘서트 일정까지 마치고 귀국한다는 사람들 일색이었습니다.

코엑스 일대를 지나는 행인들도 많았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외국인 팬들이 더 많은 것 같았습니다.

#2. 큰 손, 쇼핑가 싹쓸이

              




한국 문화에 대해 보여준 관심도 놀라운데, 쇼핑은 더 대단했습니다.

주말 한 백화점 주차장에서 1시간 정도를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점심시간 직후 대형 버스들이 주차장에 등장하면서 주차장은 만원이 됐고, 수십 명의 관광객들이 면세점이나 백화점 내에서 가이드의 깃발을 따라 무리지어 다니는 진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오전에 이미 3시간 반 동안 쇼핑을 마치고 나온 중국인들을 만났습니다.

한 커플의 쇼핑백을 열어보니 원피스와 코트, 자켓 등 굳이 한국에서 살 필요가 있나 하는 옷들이 가득했습니다.

모두 합쳐 6벌에 200만 원 정도로 가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한국 옷이 디자인이 예쁘고 질이 좋다는 겁니다.

화장품은 안 샀느냐는 질문에 전날 이미 한 박스 사놓아서 더 살 필요가 없다는군요.

이 버스의 다음 행선지는 동대문 의류 시장이었습니다.

중국인들은 역시 '큰 손'이었습니다.

일단 한번 쇼핑을 하면 낱개로 사는 법이 없습니다.

언제 또 사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인지, 혹은 주변에 선물하려는지 같은 종류 제품을 여러 세트 챙겨 가더군요.

큰 쇼핑백 3개에 꽉찰 정도로 화장품을 쓸어 담고는 무거운 쇼핑백을 들고 나서느라 비틀거리는 여자분도 있었습니다.

국산 화장품이 가격에 비해 질이 좋다는 인식이 있다 보니 국산 화장품 매장은 중국인들로 날마다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고 합니다.

금을 좋아하는 중국인들 덕에 금테두리가 있는 그릇들은 매장에 물량이 딸려 추가 주문을 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지난달 인천공항 출국장에 입점한 루이비통 매장.

하루 매출이 평균 3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명품 좋아하는건 이미 새로운 소식이 아닐 정도지만, 이 매출의 절반 정도가 외국인 덕분(?)이라는군요.

특히 이 가운데서 중국인 비중이 20%, 일본인이 25% 정도 된다고 합니다.

면세점이라 일반 매장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것도 있지만 중국인들의 기호에 맞는 상품들이 많은가 봅니다.

루이비통 매장이 출국자들의 발길을 잡은데 이어 주변에 있던 다른 명품 면세점들의 매출도 18% 정도 덩달아 올랐답니다.

#3. 그리고 주목받는 역사

지난달 30일, 국경절이 시작되기 전인데 정말 많은 관광객들이 경복궁을 찾았습니다.

평일 경복궁에 관광객이 그렇게 많이 몰려든 광경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날은 특히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다니는 단체 관람객들이 많았는데, 그 와중에 눈에 띄는 가이드가 바로 한국관광공사 이참 사장였습니다.

서구형 외모에 한복을 입은 이 사장이 경복궁을 둘러싼 역사를 설명하는 일일 가이드로 변신한 모습에 중국인들의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성(城)도 심심치 않게 보는 중국인들이 이 작은 궁(宮)을 본다니 신기하더군요.

고궁 박물관, 근정전, 최근 개방한 경회루까지...

중국인들에게도 한국의 볼거리는 많아지고 있습니다.

바닥에 한글 자음, 모음을 쓰는 가이드, 건물 곳곳에 숨어있는 설화를 전하는 가이드, 옛 노래를 불러주는 가이드...

중국인들에게도 한국의 역사는 관심사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경복궁을 본 소감을 물었습니다.

'한국의 역사 곳곳에 숨어있는 스토리들이 재미있었다', '한국인들의 친절함에 감동 받았다', '서비스 수준이 높고 아름다운 광경에 놀랐다'...

중국인들이 관심을 가질 것 같지 않던 곳에서 생각보다 많은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중국인들의 골든 위크가 끝났습니다.

7만 명이 잠시 머물고 간 한국이란 나라는 어떤 인상으로 남을까요.

이번 취재를 하면서 우리나라가 더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나라, 우리의 관광 문화도 많이 변하고 있고 또 그래야 한다는 걸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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