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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카이로 브리핑…선거 보이콧? 의사도 파업!

[취재파일] 카이로 브리핑…선거 보이콧? 의사도 파업!

안녕하십니까? 카이로 입니다.

부의 집중과 불평등, 빈곤과 실업에 항의하는 시위가 뉴욕은 물론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단시간 안에 무서운 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는 시위의 시작은 이 곳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자스민 혁명이었습니다.

미국과 스페인 등 서구의 시위대들은 튀니지와 이집트 혁명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고 어떻게 그들이 저항을 조직했는지 중동의 젊은이들과 SNS를 통해 꾸준히 접촉하며 정보를 얻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20세기 들어 서구 제국주의와 거대자본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었던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젊은이들의 지구 반대편의 저항에 모티브를 제공하는 지금의 현실을 보면 지구촌 전체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변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음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영화배우 션 펜은 지난달 말 혁명의 성지였던 타흐리르 광장을 방문해서 시민혁명에 대한 지지와 성원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1. 여전한 사회 불안…선거 제대로 될까?

하지만 시민혁명 이후 이집트 사회의 혼란은 좀처럼 수습되지 않고 있습니다. 무바라크 체제에 뿌리를 둔 군 과도정부가 전혀 시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선거로 새로운 민주정부 구성을 기대하고 있는 시민들의 요구가 제대로 수용될 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원 선거 일정은 오는 11월 28일로 확정됐지만 시민혁명을 주도한 시민사회는 의석 1/3에 해당하는 비례대표를 정당을 배제한 개인에게 배정하기로 한 선거법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구 체제인사들이 금권과 관권을 이용해 무더기로 정계에 복귀할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거죠. 이들은 선거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선거를 보이콧하는 방안까지 논의하고 있습니다.

2. 곳곳 파업 몸살…의사도 가세

또 현재 그나마 취약하기 이를 데 없는 이집트의 대중교통이 거의 마비상태입니다. 시내버스 기사들이 임금인상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발이 묶인 서민들은 우리 승합차에 해당하는 무허가 마이크로 버스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최근 마이크로 버스 기사들이 운행구간을 단축하는 방법으로 사실상 요금을 두세 배씩 올리는 바람에 서민들이 골탕을 먹고 있습니다. 우리 돈 300원쯤 하는 요금인데, 예를 들어 설명 드리면 서울 목동에서 명동을 가는 데 한 번 타면 되던 것을 세 번쯤 갈아타게 노선을 쪼개서 사실상 요금을 세 배까지 올려받는 통에 가뜩이나 어려운 이 곳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의사들까지 파업에 가세했는데요, 이 곳 대부분 의사들 월급이 한 달에 5~6백 이집션 파운드, 우리돈 10만 원 안팎의 박봉입니다. 의사들은 무바라크 정권 시절부터 부패한 관료들이 장악한 보건 시스템이 이런 박봉은 물론 의료 체계 자체를 뒤떨어지게 만들었다며 부패척결과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혼란이 계속되자 군 과도정부가 최근 무바라크 시절 악용됐던 비상조치법을 부활시켰는데요, 우리로 치면 박정희 유신 때 적용됐던 긴급조치법과 비슷한 악법입니다. 사회 안정과 질서유지를 이유로 국민의 기본권을 마구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지금 보시는 만평도 좋은 예인데요, 언론에 대한 통제와 탄압도 다시 강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랍권의 위성방송으로 시민혁명 확산에 크게 역할을 했던 알 자지라 잘 아실 겁니다. 이 알 자지라의 생방송 채널 카이로 사무실을 이 곳 보안군이 또 부수고 들어갔습니다. 문짝이 부서져 있고요, 방송 장비도 상당수 압수당했는데요, 시위 현장이나 반정부 시민세력의 비판적 목소리를 여과없이 생방송으로 내보내 온 알 자지라에 대한 이집트 군부의 거부감이 상당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3.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승인 요청 후폭풍.. 미 '팔' 지원 축소.중단

팔레스타인이 지난 달 23일 유엔에 독립국가 승인을 요청한 이후 후폭풍이 적지 않습니다. 아랍권에서는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죠. 오바마 정부들어 변화를 보이는 듯 했던 미국의 중동정책은 팔레스타인의 유엔 진출 시도를 계기로 다시 과거로 회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최근 팔레스타인 영토인 요르단강 서안에 대한 수천만 달러 규모의 발전 프로젝트 추진을 중단했습니다. 현재 추진 중인 팔레스타인 보건 환경 개선을 위한 프로젝트도 중단될 위기인데요, 미 의회내의 강경파 의원들이 잇따라 팔레스타인이 독자적인 유엔 가입 시도를 멈추지 않으면 내년에 더 많은 원조를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습니다.

이처럼 유대계 자본에 꼼짝하지 못하는 미국의 처지를 조롱하는 만평도 나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무릎에 앉아서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을 거부하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올해 노벨 평화상 후보로 튀니지와 이집트 등에서 시민혁명의 성공을 이끈 지도자와 단체들이 여럿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들이 수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시리아와 바레인 등의 시민혁명과 그 과정에서 스러져 간 많은 이름 모를 시민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보다 많은 민주주의를 더 많은 누릴 수 있는 체제를 만드는 게 진정한 평화의 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까지 카이로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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