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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근혜 입만 보는 한나라당

이제 입을 열 때가 아닌가

[취재파일] 박근혜 입만 보는 한나라당

박근혜, 나경원 지원여부에 정치권 촉각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나경원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줄 것인가?

이석연 변수가 사그라들고,  나경원 한 명을 바라보게 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의 관심은 온통 박근혜 전 대표가 이번 선거에는 지원유세를 하면서 나경원 손을 들어줄 것인가에 쏠려 있습니다.

한나라당을 취재하는 기자들의 관심도 당연, 마찬가지여서 최근 관련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지원하기로 했다!" "박근혜 전 대표와 나경원 후보가 오는 주말 만난다" "오는 5일 복지당론이 정해지면 박근혜 대표가 지원의사를 밝힐 것이다"

친박계 중진의원, 친박계 핵심의원, 급기야, 한나라당 당직자 등 각종 박근혜 대표 본인이 아닌 주변 인물들의 입에서 나온 말들에 비중을 실어 확정된 사실인양 제목을 뽑아 보도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럴 때 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이나, 비서실장 격인 이학재 의원과 유정복 의원은 '그런 말은 박 대표 주변 사람들이 본인의 생각을 말하는 것일 뿐, 박 대표는 아직까지 지원 유세에 대해 어떤 입장도 말한 게 없다'는 해명에 분주합니다.

그리고 나면, '박 대표가 전폭적인 지원을 할 것이다' 라고 말했던 장본인들도, '그럴 가능성이 높기는 한데 박 대표 얘기를 직접 들은 게 없으니 좀 보자'고 한 발 물러납니다.

한나라당 김정권 사무총장 등 선거를 이끄는 당 지도부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선거대책위원장 고문직을 맡아달라고 부탁하면 어떨까 고민을 하고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보도가 나간 뒤 친박계 의원들의 반응이 ' 박 대표는 그런 자리에 연연해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쪽으로 흐르자, 이 또한 검토중일뿐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 전 대표의 '말'은 없는 상태에서 '와~ 와~' 함성을 지르다가,  말이 없다는 걸 상기시켜주면 '잠깐 멈춥시다' 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왜 침묵중인가?

박근혜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어떻게 할지, 분명히 밝혀준다면 이런 소모전도 없을 텐데,  박 전 대표는 왜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일까요?

우선 지난 주민투표 때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민주당 주도의 시의회가 관철시킨 전면 무상급식을 막겠다며 주민투표를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강행했습니다. 당시 오세훈 시장은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가 절실했습니다.

그러나 박 대표는 "무상급식 문제는 지자체별 사정에 따라 하면 된다"며 끝내 지원의사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당시 친이계의원들은 "복지 포퓰리즘은 나쁘다" 이 말 한마디면 오세훈을 도와줄 수 있었는데 그마저도 하지 않는다며 박 전 대표에 대한 원망을 쏟아냈습니다.

박 전 대표 측근 의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 전 대표는 무상급식에 대해 한나라당이 전향적으로 생각해도 된다는 입장이었고, 오세훈 시장과 한나라당의 입장은 이와 달랐기 때문에 지원을 해 봐야, 자신의 뜻과 다른 말을 할 수도 없으므로 끝까지 지원하지 않은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주민투표 결과가 나온 이후에 박 전 대표는 "주민 투표까지 할 일이 아니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런 주민투표가 기화가 되어 생긴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근본적으로 박근혜 전 대표가 보기엔 불필요한 소모전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제 생각입니다.

게다가 나경원 최고위원은 오세훈 시장의 주민투표를 성전이라 칭하고, 오세훈 시장을 계백장군 만들지 말라며 머뭇거리며 박근혜 전 대표의 눈치를 보던 한나라당 지도부를 압박하는 데 앞장 선 인물입니다.  친박계는 박근혜 전 대표가 누구를 미워한다거나 싫어한다는 이미지는 득될 게 없다고 보고 '나경원 비토론'을 일제히 진화하기도 했습니다.

심정적으로 서울시장 선거전에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없을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최소한 그렇다면 박 전 대표 본인이 추구하는 복지정책의 가치관과 맞아야 지원 유세에 나가서도 시민들에게 호소할 말이 있는데,  아직은 당의 복지정책과 나경원 후보의 복지정책을 알 수 없으니 박 대표가 어떤 판단도 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나경원의 '러브콜' 부족?

한나라당은 황우여 원내대표 체제 출범 이후, 원내 정책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의 뜻에서 크게 어긋난 적이 없습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취임직후 박 전 대표와 강남의 호텔에서 면담을 한뒤 마치 자신이 박 전 대표의 대변인인 양, 대표의 뜻을 기자들에게 읊어주기 까지 했습니다.

홍준표 대표도 전당대회 당시 친박계에 달려가 도움을 요청했고, 상당수의 친박계가 이재오의 어깨에 올라탄 원희룡이 당 대표가 되어선 안된다는 판단으로 홍준표에게 한표를 던졌습니다.

그 결과 홍 대표도 늘 본인의 의지 관철을 위해 애쓰긴 했지만, 또 그래서 늘 잡음이 생겼지만, 친박계 의견을 수렴하는 모양새를 만들기 위해 애써왔습니다.

그런데, 나경원 최고위원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면서, 친박계에 이렇다 할 러브콜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복지 당론' 그 이후

친박계는 나경원 의원 한 명의 태도나 행동에 따라 무언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신 한나라당의 당론 결정을 계속 촉구하고 있습니다.

복지 당론을 정해야한다는 친박계의 목소리는 주민투표 직후 부터 나왔습니다.

연찬회에서도 복지당론을 논의하는 것이 큰 주제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복지정책 TF도 꾸려졌지만 한달이 지나도록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친박계 일각에서는 홍준표 대표가 복지당론 정하는 일을 독려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도 나왔습니다.  결국 유승민 최고가 복지당론 발표를 앞당겨야 한다고 공식 회의에서 강조했고, 실제로 발표를 예정된 7일에서 5일로, 당기기로 했습니다.

공식 발표 전에 복지 TF 에서 모아진 내용이 알려졌습니다.

전면 무상급식은 지자체 사정에 따라 하고 생애주기별로 맞춤형 복지 정책을 발표하겠다고 합니다.

놀랍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박근혜 전 대표의 말과 똑같은지요.

그렇게 똑같이 받아서 할 것이면, 뭣하러 그렇게 한 달이란 시간을 보냈는지 의아하기도 합니다.

한 친박계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표가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서울시장 선거에 앞서 복지 당론을 정해야 한다고 박 전 대표가 전에 없던 주문을 당에 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런 박 전 대표의 '대권 가도 전환 모드' 의 첫 주문을 당이 따른 셈입니다.

한나라당은 이제 또 박근혜 전 대표의 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 친이계 의원은 나경원 후보가 이기든 지든 박 전 대표에게 좋을 게 없어서 박 대표가 망설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나경원 시장이 되면,  여성 시장에 여성 대통령 후보가 돼서 박근혜 전 대표의 여성 프리이엄이 사라지고 신-구 인물로 비교될 수도 있으며, 나경원 후보가 지면, 박근혜가 저렇게 열심히 뛰었는데도 졌구나, 하면서 박근혜 전 대표의 수도권 영향력이 쉽게 평가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마치 박 대표의 마음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이런 저런 추측만 난무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이제 입을 열 때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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