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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카이로 브리핑-머나먼 '팔' 독립

[취재파일] 카이로 브리핑-머나먼 '팔' 독립

안녕하십니까? 카이로입니다.

이번 주에는 중동은 물론 세계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승인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볼까 합니다. 뉴욕 시간 지난 23일, 한국 시간 토요일 새벽에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국가 수반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팔레스타인을 정식 회원국으로 받아달라는 요청서를 공식 제출했습니다.

               



1. 팔레스타인 63년만의 꿈 이뤄지나?…독립국가 승인안 UN 제출

정식회원국이 된다는 것은 곧 독립국가로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어서 이스라엘에 예속된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승인해 달라는 것입니다.

압바스 수반이 들어서자 팔레스타인 독립을 지지하는 많은 유엔 회원국들의 박수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UN에서 팔레스타인 독립을 승인해서는 안 된다며 승인안을 제출할 팔레스타인을 강력히 비난했습니다.

일단 유엔 안보리는 이 문제를 곧바로 표결에 부치지는 않기로 한 상태입니다. 표결에 부친다 해도 이스라엘의 우산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게 분명해서 팔레스타인의 꿈이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독립국가 건설이 좌절될 경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곪을 대로 곪은 상처가 표결 이후 유혈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팔레스타인 문제는 현재 중동의 역학관계와 이후 여러 차례 중동전쟁의 씨앗을 뿌린 현대사의 비극인데요,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선 당시의 상황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2. 팔레스타인…2차 대전 이후 강대국 이해관계에 밀려 강제로 나라 뺐겨

2차 대전 이후 승전국인 미국과 영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서구 강대국들이 이스라엘의 국가 건설 방안을 승인합니다. 1차 대전 이후부터 팔레이스탄 국가 건설을 영국 등 서방이 약속했지만 그 약속을 팽개치고 배신한 것이죠. 1948년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포하고 1차 중동전쟁을 벌이죠.

이스라엘이 전쟁에 이기면서 팔레스타인 영토의 70%를 점령하고 인구 4분의 3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난민 신세로 전락합니다. 그 뒤 20세기 후반 내내 중동에 분쟁이 씨앗이 뿌려져 여러 차례의 중동전쟁과 국지적 분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됩니다.

카터 정부시절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시작으로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노력이 계속돼 왔는데요, 특히 지난 1990년대부터는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만든다는 원칙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이후 이스라엘과 직간접 협상이 계속돼 왔습니다.


3. 이스라엘, 앞으로는 협상, 뒤로는 정착촌 건설 등 봉쇄정책

               



하지만 이스라엘은 앞으로는 협상을 진행하면서 뒤로는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안에 유대인 정착촌을 계속 늘려나가고 팔레스타인 영토 간 이동을 금지하는 등 사실상의 봉쇄 정책으로 팔레스타인 경제를 사실상 마비시켜 버립니다.

철저한 기만으로 시간을 끌면서 자국의 점령지역을 늘려가며 협상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 것이죠. 결국 이를 견디다 못한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20여 년에 걸친 이스라엘과의 협상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이번에 UN 차원의 국가승인을 요청한 것입니다.

이번에 팔레스타인이 독립국 승인을 요청하면서 1967년 이전의 국경선을 기준으로 제시했습니다. 67년 이전에 이미 팔레스타인 영토 4분의 3 이상을 점령하고 있던 이스라엘이지만 67년 3차 중동전쟁을 통해서 팔레스타인의 정신적 수도인 동예루살렘과 가자지구, 요르단강 서안 등 전략적 요충을 모두 점령하는 데 성공합니다. 팔레스타인의 요구는 이스라엘과의 공존을 인정하고 과거 영토의 상당 부분을 포기하는 대신 수도를 포함한 핵심지역만이라도 다시 돌려달라는 것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팔레스타엔의 요구가 비합리적이라고 판단하십니까?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런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부하고 있고, 새로운 중동정책을 얘기했던 오바마 행정부도 팔레스타인 독립 문제에 있어서는 과거와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재선 도전에 나선 오바마 대통령이 최악의 경제위기 속에 월가와 군산복합체 등에 막대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미국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유대계의 압력에 저항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4. 사우디아라비아…여성 참정권 허용하기로 결정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여성의 투표참여를 막아온 나라였습니다. 이 때문에 돈 많은 것 빼면 아프가니스탄이나 파키스탄의 탈레반과 다른 게 뭐냐는 비판을 받아 왔지요.

그런데 어제 사우디 국왕이 여성의 지방선거 출마와 투표 참여를 허용하기로, 즉 참정권을 인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여성인권 신장이라는 측면에서는 대단히 반가운 일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게 북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시민혁명의 물결이 사우디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사우디에서는 여성들끼리 여행을 가는 것도, 운전을 하는 것도, 심지어 남자의 허락없이 수술을 하는 것도 금지돼 있는 데 이런 조치들에 대한 변화나 개혁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습니다. 아직 갈 길이 먼 건 같습니다.

5. '시샤' 유해성 논란…"일반담배보다 훨씬 해롭다"

               


지난 25일 일요일 SBS 8 뉴스를 통해서 중동의 명물인 시샤, 전통 물담배에 관한 리포트가 방송됐습니다. 이 전통 명물이 최근 유해성 논란이 휩싸이고 있다는 내용이었죠.( 25일 8시리포트 보기: "물담배 금지 논란")

그런데 관련 내용 가운데 시샤를 한 시간 피우면 보통 담배 200개비를 피운 것과 같다는 부분을 두고 몇몇 분들께서 기사가 과장된 것 아니냐, 그 정도면 시샤피우는 이집트 사람들 다 폐암 걸려 죽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주셨는데요, 설명을 좀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시샤는 보통 한 번에 10~20분 정도 피우고 한 시간식 계속해서 흡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시샤의 위험성을 부각하고 통계를 알기 쉽게 계량화하는 과정에서 한 시간이라는 단위가 선택된 것 같습니다. 관련 조사는 최근 이집트 정부와 세계 보건 기구가 함께 담당했고요. 실제 다른 전문가들이나 의사들도 시샤를 한 번 피울 때 사람에 따라 적게는 담배 20개비에서 60개비까지 피우는 것과 같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교통사고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사망률을 기록하고 있는 게 폐암입니다. 인과관계는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지만 실제로 시샤 문화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이런 건강 상의 이유말고도 시샤가 논란이 되고 있는 데는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도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시민혁명 이후 중동 각국에서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여러 차례 전해 드렸지요. 이런 근본주의자들은 ‘샤리아’라고 불리는 이슬람 율법을 강력히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슬람 율법에는 술 뿐 만 아니라 담배도 엄격히 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이슬람 국가들은 여가 수단이 마땅치 않은 데다 사회적 불만을 달래기 위해 시샤 문화을 묵인해 왔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근본주의자들은 이런 시샤문화가 사회타락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엄격하게 금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수백년 간 아랍인들의 애환을 달래왔던 전통의 명물이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명맥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카이로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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