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9.11 이후 10년…중동 질서는 어디로?

[취재파일] 9.11 이후 10년…중동 질서는 어디로?

안녕하십니까? 카이로입니다.

1. 9.11 그 후 10년…중동질서는 어디로?



리비아 내전 취재 관계로 4주 만에 다시 인사드립니다. 지난 주말 추석 연휴가 바로 9.11 테러 발생 10년째를 맞는 날이었습니다. 21세기 역사의 방향을 바꾼 충격적 사건과 이후 테러와의 전쟁으로 가장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곳이 이 곳 아랍권이죠.

테러와의 전쟁 초기 아프간과 이라크 전쟁으로 성과를 올리는 듯 했던 미국의 초강경 대외정책은 오히려 막대한 전비에 발목이 잡혀 자국의 심각한 재정 적자로 인한 경제 위기의 불씨로 작용했습니다.

또 엄청난 미군 사상자는 물론이고 민간인 피해가 계속되면서 아랍권 전역에 반미 정서는 오히려 이전보다 더 광범위하게 확대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테러와의 전쟁은 아랍권의 독재자들에게 자국민들의 기본권을 억압하고 입맛에 맞게 언론을 통제하는 유용한 빌미를 제공해 줬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근 시민혁명으로 독재 정권들이 무너지면서 결국 테러와의 전쟁을 핑계로 한 국민 탄압은 결국 독재정권이 붕괴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필연적 조건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2. 반미-반 이스라엘 감정 폭발적 확산…주 이집트 이스라엘 대사관 피습

시민혁명 이후 표현의 자유가 대폭 확대되면서 독재정권 하에서 억눌려 있던 반미 감정은 최근 들어 폭발적 양상으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 이 곳 카이로에서 벌어진 이스라엘 대사관 공격 사건이 대표적인 예인데요, 무바라크 정권 시절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진 셈인데 성난 군중들이 이스라엘 대사관 담장을 부수고 난입해 대사관 서류를 탈취하고 이스라엘 국기를 끌어내리기까지 했습니다.

이집트 군경이 뒤늦게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3명이 숨지고 천여 명이 부상하기까지 했는데요, 경찰특공대에 의해 가까스로 대사관 건물을 빠져나온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들은 모두 공군기를 이용해서 이스라엘로 긴급 철수했습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스라엘의 대응입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이집트와의 중동평화협정은 그대로 유지되길 희망하며 역내 평화 유지에 기여해 온 이집트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사태 진화에 부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최근 시민혁명으로 친미, 친이스라엘 독재 권력들이 잇따라 붕괴되면서 이스라엘이 아랍권에서 고립되는 데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런 가운데 아랍권의 새로운 맹주로 떠오르고 있는 터키의 에르도안 총리는 연일 이스라엘을 향한 강경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최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는 터키 국적의 구호선을 공격해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이번에는 아예 군함이 구호선을 호위하도록 했고, 이스라엘과의 외교적, 군사적 교류를 완전히 끊어버렸습니다.

미국의 영향력이 쇠퇴하자 이 틈을 이용해 아랍권에 눈엣가시 같은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과 고립을 강화하겠다는 심산으로 보입니다.

3. 이집트 ‘무바라크 악법 부활’ 논란 확산

그런데 현재 이집트 과도정부를 이끌고 있는 군 최고위원회가 이번 이스라엘 대사관 공격 사건을 빌미로 무바라크 시절 반대세력을 탄압하는데 악용됐던 비상조치법을 다시 부활하기로 결정하고 시위와 언론에 대한 통제를 다시 강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 어제는 실제로 그 동안 이집트 군에 대해 비판적 보도를 해 온 중동 위성뉴스 채널 알 자지라 사무실이 이 곳 보안군에 의해 침탈당해 방송을 금지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곳 언론과 지식인들은 이번 사건이 시민혁명의 정신을 훼손하는 중대한 언론자유 침해행위라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구세력의 반혁명적 움직임이 다시 구체화되고 있는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시민혁명 이후 논란을 거듭하면서 국가의 진로에 대한 청사진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이집트 내 정치적 혼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반미, 반 이스라엘 감정이 위험수위를 넘어설 정도로 확산되면서 향후 이집트를 포함해 시민혁명을 겪은 나라들의 정치일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입니다. 반미, 반 이스라엘 노선을 내세우는 정치세력이 득세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인데, 이집트 최대 정치세력인 무슬림 형제단은 이스라엘과 체결한 중동평화 협정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4. 리비아 내전 장기화 우려…카다피 행방 오리무중

시민군의 트리폴리 함락으로 쉽게 끝나는 듯 했던 리비아 내전이 우려스런 상황으로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들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확보가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였던 카다피는 여전히 육성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도피행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바그다드 함락 이후 어떤 메시지도 내놓지 못한 채 철저히 자신을 숨겼던 이라크의 후세인 전 대통령은 고향 티크리트에서 체포될 때까지 8개월이 걸렸고, 잘 아시다시피 빈 라덴은 간간이 음성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9.11테러 이후 무려 10년간 추적망을 따돌려 가며 은신해 왔습니다.

가족들이 잇따라 알제리와 니제르로 탈출한 것과는 달리 아직까지 리비아 내에 남아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게다가 시르테를 포함해 아직까지 투항하지 않고 있는 카다피군 장악 지역의 저항도 예상보다 거셉니다. 어제는 지중해 연안 석유수출항인 라스 라누프를 카다피 군이 다시 공격해서 17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고요, 한 때 카다피의 은신처로 지목돼 온 바니 왈리드에선 당초 예상의 10배가 넘는 천여 명의 카다피군이 강력히 저항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시민군의 승리라는 대세를 뒤집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문제는 카다피군의 저항이 계속되고 카다피를 조기에 잡지 못할 경우, 리비아가 이라크나 아프간처럼 깊은 내전의 수렁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