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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아파트는 몇평짜리?"…미터법 정착했나

<8뉴스>

<앵커>

평이나 돈 대신에 '제곱미터'와 '그램' 같은 미터법 사용이 의무화된 지 벌써 4년이나 지났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아파트는 몇평, 금은 몇돈이 훨씬 더 익숙하죠? 반면 고기 같은 경우는 근보다 그램이 더 익숙해졌습니다. 같은 미터법이라도 이렇게 물건마다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요?

정형택 기자가 소비자리포트에서 짚어봅니다.



<기자>

부동산 중개업소가 몰려 있는 수도권의 한 상가.

제곱미터 대신에 대부분 평수를 함께 표시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중개업자 : (평이)워낙 사람들한테 각인이 되서요, 제곱미터를 쓰면 못 알아들어요. 병행해서 설명을 해줘도 그분들은 그것도 또 못 알아들어요. 그저 평수로.]

아예 평수로만 표시한 업소도 있습니다.

전국 8만 4천여 개 부동산 가운데 이렇게 법정계량단위인 제곱미터로 면적을 정확히 표시한 곳은 15%에 불과합니다.

가전 매장에선 TV 크기가 법정계량 단위인 cm 대신 인치로 표시돼 있고, 에어컨에는 '평형'이라는 단위가 쓰이고 있습니다.

재래시장에서는 '리터' 대신 '되'나 '말' 같은 옛날 단위가 계속 사용됩니다.

[검은콩 한 되하고 여기, 흰콩 한 되요.]

금은방에서는 석 돈짜리 금 거북이, 다섯 돈짜리 황금 열쇠처럼 '돈'으로 거래됩니다.

최근에 1그램짜리 돌 반지가 나왔지만 치솟는 금값 탓에 나온 겁니다.

정부는 4년 전에 미터법에 의한 법정계량단위 사용을 의무화했습니다.

국제 기준에 맞춰 산업의 선진화를 꾀하면서, 동시에 여러 계량 단위를 쓰면서 생기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려 한 겁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또 불편하다는 이유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트 정육 코너는 다릅니다.

한 근, 두 근 대신에 이제 '그램' 단위가 익숙합니다.

[송삼선/서울 염창동 : 그램이 편하기는 하죠. 원하는 양만큼 살 수가 있죠.]

거래 빈도가 잦은 만큼 소비자들도 빠르게 적응한 겁니다.

[황상민/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 생활 속에서 많이 접하고, 구체적인 도구나 또는 계측 기기로 늘 경험할 수 있는 것은 훨씬 쉽게 학습이 어느 정도 되는거죠.]

하지만 마트에서 '그램' 표시를 철저히 한데다 저울에서도 '근' 단위를 아예 없앤 덕분이기도 합니다.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뀔 날만 기다리기보다는 기업 등 공급자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미터법 조기 정착의 관건인 셈입니다.

(영상취재 : 김현상, 영상편집 : 김경연, VJ : 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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