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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세관에 '설마 걸릴까?'.."예, 걸립니다"

'두근두근 조마조마' 세관 통과하기

[취재파일] 세관에 '설마 걸릴까?'.."예, 걸립니다"

한창 휴가철입니다. "올해 해외 여행객 수가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했다"고 지난해 그러더니, 그 기록을 올해 다시 깼답니다. 그런데, 해외 나가시면 쇼핑들 많이 하시죠? 자기 돈 자기가 쓰는 게 무슨 문제겠습니까만, 이걸 국내에 가지고 들어오는 건 간단치 않습니다.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설거지 많이 하면 접시도 많이 깨진다고, 해외여행객이 부쩍 늘어나니 세금 안 내고 몰래 들여오려는 얌체족도 굉장히 많아집니다. 이런 얌체족을 잡아내기 위해 인천공항 세관은 휴가철이나 명절 때면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합니다. 입국하는 여행객들 가방을 전부 다 조사하는 이른바 '전수조사'를 하는 거죠. 정말 그 많은 입국객들 가방을 다 조사하느냐고요? 네, 다 조사합니다.

평상시엔 짐 찾은 뒤, 기내에서 작성한 세관 신고서만 건네주고 별다른 검사 없이 입국장으로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런데 요즘 같이 '전수조사'를 할 땐 짐 찾은 뒤 100% 엑스레이 검사대를 통과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뭔가 조금이라도 수상쩍은 게 잡히면 그 자리에서 가방을 모두 열어보는 거죠.

현장에서 실태 취재를 해 보니 통관검사 하는 세관 직원들은 정말 전문가라 할 만 했습니다. 휙 지나가는 까맣고 하얀 흑백 엑스레이 사진만 보고도 대충 무슨 물건인지 감을 잡더군요. 특히 고가의 핸드백이나 돈뭉치, 정체불명의 알약 등 요주의 물품들은 정말 '귀신같이' 잡아냅니다.

이렇게 잡히면 정상적인 물건(명품, 고가의 면세품)의 경우는 그 가격에 해당하는 관세를 내야하고, 반입 금지 품목(미인가 약품, 농축산물, 과일 등)은 압수를 당하게 됩니다. 애초에 못 가지고 들어오는 물품이야 그렇다 쳐도, 명품 핸드백이나 시계 등 반입은 가능하지만 관세를 물어야 하는 물품의 경우는 항상 잡음이 생깁니다.

적발된 입국객 대부분은 선뜻 관세를 내지 않고, 어떻게든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이런 저런 핑계를 둘러대곤 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주로 쓰는 방법이 '잡아떼기' 입니다.

실제 공항에서, 혹은 TV에서 이런 광경을 보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주로 하는 변명이 "선물 받은 거다"와 "외국서 사 온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부터 쓰던 거다"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런 변명은 통하지 않습니다.

하나씩 따져보면, 먼저 '선물 받은 물건'의 경우에도 관세는 똑같이 물어야 합니다. 누구 돈으로 샀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새로 산 고가의 물품(예를 들면 핸드백)을 국내로 들여온다는 사실이 중요한 겁니다. 이런 경우 '수입 행위'로 간주돼 반드시 관세를 물어야 하는 것이죠. 따라서 선물을 받은 물건이란 해명은 설사 진짜라 하더라도 통하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외국에서 산 게 아니라 한국에서 쓰던 물건'이라는 변명입니다. 솔직히 새 제품인지 중고 제품인지는(역시 예를 들어 핸드백) 딱 봐도 대충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끝까지 한국에서 구입해 쓰던 것이라고 우긴다면 세관의 본격적인 추궁이 이어집니다. "구입한 백화점이나 점포에 전화를 걸어 구매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구합니다.

이런 경우가 하도 많다보니 세관 측이 웬만한 업체들(주로 명품)과 협의를 해놓았는지, 실제로 이렇게 확인 전화를 할 경우 구매 내역을 확인해 줍니다. 외국에서 사 놓고 국내에서 쓰던 것이라고 우기던 사람들은 이쯤 되면 할 말이 없어지는 거죠. 이 때 대부분은 꼬리를 내립니다. 외국에서 샀다고 시인하고 관세를 내는 겁니다.

이 단계까지만 해도 '자진신고'를 한 것으로 간주됩니다만, 이 선을 넘으면 문제가 심각해  집니다. 끝까지 '국내에서 쓰던 것'이라든가, '중고제품'이라고 우길 경우 관세법 위반으로 물건을 압수당하고 벌금형 등 처벌까지 받게 되는 겁니다.

그런가 하면 애시당초 편법을 쓰는 분들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면세점 구입 한도는 '400달러', 한화 40만 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한도를 넘겨 물건을 산 뒤 귀국할 땐 아이에게, 또는 친구에게 대신 들고 들어가라고 시키고 남남인 척 연기를 하는 거죠.

하지만 면세점에서 물건을 구입할 경우 누가 어디에서 언제 어떤 물건을 얼마에 구입했는지가 고스란히 전산기록으로 남아 세관에 넘어가기 때문에, 400달러 구입 한도를 훌쩍 넘기는 물건을 살 경우 블랙리스트에 올라 세관의 특별 관리대상이 됩니다. 아무리 친구에게 맡기고, 자식에게 대신 들고 들어가라고 부탁을 한들 피할 수 없는 거죠.

이 때 중요한 건 면세점에서 자기의 이름으로 구입한 물건을 자기가 들고 들어오다 걸리면 그냥 관세만 물면 되지만, 앞서 설명한 경우처럼 다른 사람에게 대리 반입을 부탁하게 되면 관세법 위반으로 간주돼 압수당하고 벌금을 물게 됩니다.

그렇다면 외국에서 직장을 다니거나 거주하는 사람이 잠시 국내에 들어올 때, 새로 산 고가의 물건을 가지고 들어오는 경우에도 관세를 물어야 할까요? 이 경우는 아닙니다.

다만, <0월 0일까지 000물품을 도로 가지고 나가겠다>는 '확인증'을 끊어야 합니다. 잠깐 가지고 들어왔다가 다시 가지고 나가는 것은 상관없지만, 국내에 있는 누군가에게 물건을 건네주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죠. 앞서도 말씀 드렸듯이 외국에서 들어오는 물건들은 누가 어떤 경로로 가지고 오든 국내에 머물게 되면 원칙적으로 '수입품'으로 간주돼 관세를 내야 하니까요.

저는 지난해에도, 올 해에도 세관의 전수조사 과정을 취재했습니다. 세관의 통관 체계를 알면 알수록 느끼게 된 점은 '이렇게 하면 빠져나갈 수 있겠구나'가 아니라 '반드시 규정을 정직하게 지켜야겠구나'였습니다.

해외 여행하다 좋은 물건을 비교적 싼 가격에 구매하는 경우는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습니다. 이 걸 국내 들여올 때 편법으로 세관을 속이려 한다면 자기만 피곤한 일이 될 겁니다. 꼭 규정대로 '자진신고'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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