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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중동에도 수해가 난다는데…

[취재파일] 중동에도 수해가 난다는데…

안녕하십니까? 카이로입니다.

1. 연일 계속되는 비 피해 소식에 얼마나 걱정이 많으십니까? 한국에서 최근 계속되고 있는 비 피해 소식을 알 자지라를 비롯한 이 곳 언론들도 비중있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사막 기후로 일년 강수량이 많아야 4~50밀리미터를 넘지 않는 지역이라서 어떻게 하루에 500밀리미터씩 비가 쏟아질 수 있느냐며 놀라움을 표시하는가 하면, 한편으로 최신 스마트폰과 자동차 등 우수한 제품들을 수출하는 한국의 수도에서 어떻게 그런 원시적 형태의 비 피해가 날 수 있느냐는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사막 기후 이긴 하지만 이 곳에서도 비  피해가 발생합니다. 비가 오더라도 하루 5 내지 10밀리미터 정도가 고작인데도 곳곳에서 물난리가 발생합니다. 도심 외곽이나 농촌지역에선 적지 않은 작물 피해가 나타나고, 도심에서는 저지대 도로 침수는 물론 이 정도 비에 5성급 호텔의 천장에 물이 새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원인은 우선 워낙 건조한 사막기후인데다 우기가 워낙 짧아서 재해 방지나 방수 시설에 투자하는 것이 잠깐의 불편을 참는 것보다 덜 경제적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런 물난리도 인샬라, 즉 신의 뜻이라고 여기는 무슬림의 생활 태도도 재해 방지에 둔감한 사회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2. 얼마 전 아시아는 물론 유럽을 휩쓴 K-POP 열풍이 국내에서도 눈길을 끌었는데요, 이슬람의 영향이 절대적인 중동 지역에서 이런 K-POP 열풍이 분다면 어떨까요?

지난주 이집트 카이로에서 K-POP 경연대회가 열렸는데요, 이집트 전역에서 예심까지 거쳐서 20여개 팀이 참가했는 데, 몇몇 참가자들의 노래 실력과 한국어 수준은 정말 깜짝 놀랄만 했습니다. 인터넷과 위성방송 등을 통해 한국의 K-POP이 전해지면서 이미 이집트를 포함한 중동지역에서는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K-POP 열기가 불고 있었습니다.

이번 경연장은 비록 4~5백 석 규모로 크기 않았지만 객석은 물론 복도까지 꽉찼고, 히잡 같은 전통 의상을 입은 채 열성팬들은 K-POP 스타들의 이름 연호하면서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상대적으로 문화적 이질감이 가장 커 보이는 중동 지역에서 이런 K-POP 열풍이 일고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인데요, 이런 K-POP의 열기가 베일 속에 가려진 아랍인들의 가슴속에 완전히 뿌리내릴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3. 30년 간 이집트를 통치하면 권력형 부정 부패와 시위대에 대한 살인 혐의로 기소된 무바라크 전 대통령에 대한 공판이 오는 3일로 다가왔습니다.

이집트 고등법원은 이례적으로 이번 재판은 법원이 아닌 카이로 외곽의 경찰학교에서 열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이집트에서는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을 다루는 세기의 재판인 만큼 세계 언론의 관심이 뜨거운데, 이 재판을 법원이 아닌 경찰학교에서 진행하는 것은 이곳 언론의 기사대로라면 언론과 법조인, 그리고 시민혁명 희생자 가족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카이로 시내에서 재판이 진행될 경우, 법원 안팎에서 충돌이 빚어지거나 무바라크 일가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보안상의 이유로 경찰학교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시나이 반도 휴양지인 샤름 엘 세이크의 병원에서 요양 중인 무바라크가 과연 재판정으로 이송될지가 큰 관심거리인데, 무바라크가 우울증을 앓고 있고, 치료를 거부하고 있어서 재판에 불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SBS카이로 지국 길 건너편이 바로 이집트의 정치범 수용소인 토라 감옥인데요, 이 곳엔 현재 부정 축재와 권력 남용 혐의로 무바라크의 두 아들인 가말과 알라가 수용돼 있습니다. 독재 권력을 기반으로 시민 위에 군림했던 일가족이 이젠 시민들의 조롱과 저주 속에 법의 심판대에 오르게 됐습니다.

4. 오늘부터 15억 무슬림들은 이슬람 성월 라마단을 맞아 금식에 들어가게 됩니다.

금식을 통해 종교적 의무를 이행하고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라마단. 하지만 시민혁명 이후 중동 각국에서 지속되고 있는 사회 불안으로 이번 라마단은 서민들의 고통이 어느 해보다 심각할 것 같습니다.

유혈 진압과 내전이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와 리비아는 물론 혁명 후유증을 톡톡히 앓고 있는 이집트와 튀니지도 물가 폭등과 실업난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올해 라마단은 26년만에 하루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길어서 그만큼 금식 시간도 길어진다고 합니다. 이래저래 아랍권 서민들 고통스런 라마단을 보내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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