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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혁명은 아직도 진행 중"…혼돈의 카이로를 가다

'한번 나일강물을 마신 사람은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는 이집트 속담처럼 카이로 아메리칸대학에서 연수를 마친 지 일년만에 다시 카이로에 특파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앞으로 4년간 중동관련 소식들을 시민혁명의 중심, 이 곳 카이로에서 생생하게 전달해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누군가가 언제부터인가 이 곳 카이로를 혼돈의 도시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목이 타는 열사의 땅을 가로지르는 생명수 '나일'의 축복받은 범람지로 모여든 인구로 북적이면서 극심한 무질서와 정체가 외지인들의 눈엔 '혼돈' 그 자체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겠죠.

19세기 후반 이후 명실상부한 중동의 정치,문화 중심지로 역할을 해 왔지만, 지난 70년대 사다트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중동평화협정을 체결하면서 주변 이슬람국가들로부터 '배신자'로 취급당하기 시작했고, 덩달아 아랍권에서는 이집트 사람들을 뜻하는 아랍어인 '마쓰리'는 상대를 모욕하는 욕처럼 불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들불 같은 혁명으로 무바라크의 30년 독재를 무너뜨리면서 상황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1년여만에 다시 돌아온 카이로에서 만난 젊은이들의 얼굴엔 예전에 없던 자신감이 흐르고 있고, 혁명의 원동력이 됐던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기반으로 젊은 세대들은 정당까지 만들어 오는 9월과 11월로 예정된 총선과 대선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카이로의 중장년층들도 이런 젊은이들의 적극적 역할을 대체로 반기고 또 꼭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앞날에 적지 않은 난관이 불가피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시민혁명의 와중에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면서 이 곳 경제를 지탱하던 관광산업은 직격탄을 맞았고, 외국인투자는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경제기반이 무너지면서 '도저히 못살겠다'며 혁명의 거리로 나섰던 시민들의 생활은 오히려 더 어려졌습니다.


- 이 사진은 지국차량 명의변경을 위해 찾은 카이로 등기소 앞의 모습입니다. 자매로 보이는 남루한 옷차림의 어린이들이 외국인들을 상대로 구걸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시민혁명 이후 어려워 진 경제사정 때문에 이런 아이들이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눈에 띕니다.


이 때문에 아직도 타흐리르 광장 등 카이로 시내 곳곳에선 생활고를 못이긴 시민들이 혁명 과정에서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과 합세해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과거 독일에서 1차 대전 후의 극심한 생활고 속에 ‘나찌즘’이 급속히 세력을 확대한 것 처럼 '살라피'라고 불리는 극단적인 이슬람 종파가 세력을 불리면서 기독교도들을 공격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만큼 당분간 이 곳 카이로는 과거와는 다른 형태의 '혼돈'이 지배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혼돈'이 어떤 방향으로 정리되느냐는 중동 질서 전체와 미국과 중국등 주요국들의 대외전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그 역사의 현장에서 살아 숨쉬는 소식으로 여러분들을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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