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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 없으니 괜찮겠지"…뺑소니 93% 잡힌다

<8뉴스>

<앵커>

뺑소니 사고는 '목격자가 없으니 괜찮겠지'란 생각에 벌이는 일인데요, 하지만 뺑소니 10건 가운데 9건은 검거가 된다는 사실, 아셨습니까? 바로 사고 현장에 남겨진 작은 흔적으로 범인을 잡는 과학수사 덕분입니다.

정형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4일 자정 무렵 경기도 안성시 미양면에서 회식을 마치고 기숙사로 가던 45살 배모 씨가 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가해 차량은 달아났고 목격자도 없었습니다.

현장에서 발견된 건 부서진 차량 전조등 조각이 전부였습니다.

경찰은 깨진 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춰 원래의 모양으로 복원했고, 주차장을 돌며 같은 모양의 전조등을 단 차량을 찾아 나섰습니다.

[서영순/경기 안성경찰서 뺑소니 전담반 : 이렇게 하면 같은 라이트기 때문에 이음새가 딱 맞아 떨어집니다. 그러면 이 차종으로 확신할 수 있습니다.]

차종이 확인되자 경찰은 예상도주로에 설치된 CCTV를 샅샅이 뒤져 사고 현장 근처에서 오른쪽 전조등이 깨진 채 달아나는 용의 차량을 찾아냈습니다.

뺑소니 용의 차량입니다.

현장에서 발견된 전조등 조각을 차의 부서진 부위에 맞춰보자 보시는 것처럼 빈틈없이 꼭 들어맞습니다.

모든 정황 증거가 용의 차량을 지목하고 있었지만, 차량 주인은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찢어진 피해자의 속옷 조각이 차량의 전조등에 낀 채 발견되자 용의자는 범행을 자백했습니다.

이렇게  모든 뺑소니 사건에는 흔적이 남습니다.

지난 15일 서울 구로동에서 어떤 차량이 앞서 가던 승용차를 들이받은 뒤 그대로 달아났습니다.

결정적 단서는 피해 차량의 범퍼에 찍힌 가해 차량의 번호판 자국.

[육지현/서울 구로경찰서 뺑소니 전담반 : 여기가 상당히 강하게 먹혀 있거든요. 이걸로 봐선 아마 RV차 범퍼에 거의 찍힌 상태로 보여집니다.]

녹색 구형 번호판으로 추정됐고, 네 개의 숫자 중 5와 4, 두 개의 숫자가 선명히 찍혀 있었습니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차적 조회를 해 5시간 만에 용의자를 검거했습니다.

[뺑소니 운전자 : 술을 먹어서 차를 받았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어요.]

현장에 떨어진 작은 자동차 부품 조각도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경찰은 960여 차종, 1만 2천 개 부품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놓고 있습니다.

부품 정보 조회를 통해 용의 차량의 차종과 연식까지 정확히 알아낼 수 있습니다.

국과수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흔적까지 찾아냅니다.

연구사들이 용의 차량 바닥에서 피해자를 칠 때 생긴 희미한 마찰 흔적을 발견합니다.

그 흔적에 테이프를 붙여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섬유 조직을 추출한 뒤 고배율 현미경을 이용해 판독합니다.

[윤용문/국과수 중부 분원 연구사 : 검정색 섬유도 있었고, 투명한 섬유도 있었고, 그 다음에 그들 각각의 굵기도 같고, 그들 섬유의 종류가 합성섬유라는 것까지 다 동일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적외선 카메라를 사용하면 눈에 보이지 않던 타이어 자국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차에 묻은 극소량의 혈흔도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권정아/국과수 중부 분원 보건연구사 : 지금 색깔이 청록색으로 변했기 때문에 지금 여기 있는 샘플이 혈흔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지난해만 1만 1천 8백여 건의 뺑소니 사고가 일어났지만 검거율이 93%에 이를 정도로 과학 수사의 추적을 벗어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영상취재 : 김흥기, 영상편집 : 김종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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