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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계파 싸움'에 '등록금' 터진다

[취재파일] '계파 싸움'에 '등록금' 터진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 라는 말인데요, 야당의 '파격적' 정책에 민심이 흔들린다고 느낄 때나, 국회의원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들이 난무할 때 한나라당은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 차마 그런 짓은 할 수 없었노라고 엄중히 야당을 꾸짖습니다.

그런데 요즘 '등록금' 논쟁을 보면, 정말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 그럴 수 있습니까?"라는 물음이 절로 나옵니다.

비주류였던 소장파와 친박계가 손을 잡고 탄생시킨 황우여 원내대표 시대가 열렸습니다. '대학 등록금'이 너무 비싸 젊은이들이 좌절하고 있다면서 등록금을 낮추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앗, 그런데, 어떻게 낮출 것인지, 얼마나 낮출 것인지, 심지어 등록금을 낮추겠다는 것인지 장학금을 좀 더 주겠다는 것인지조차 고민한 흔적이 없었습니다. 이제부터 각계 각층의 의견을 들어 최선의 방안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국정 운영에 대해 상대적으로 이래라 저래라 해봐야 실효를 거두기 힘든 야당조차도, 날밤을 새워서라도 정책 보고서를 만들어 실현 근거가 풍부함을, 과장은 할지언정, 강조하기 마련인데, 그것조차 없었습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앞으로 이런 걸 해보고 싶습니다'식으로 말 한 것인데, 언론이 '반값 등록금' 이라고 너무 세게 보도를 했다고 사석에서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줄곧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속해 있으면서 대학의 구조조정 문제와 재정 문제, 등록금 문제에 대해 지대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전문가라며 그냥 한 말은 아니라고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다릴 수 있습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등록금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라, 어떤 대책이든 나올 것이라 믿으며 기다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 근래 한나라당 내부의 논의는 다시 건전한 정책 논의가 아닌 해묵은 계파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습니다.

친이계로 분류되는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이 '설익은 정책',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황우여 원내대표와 소장파들을 비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상득의 뜻도 이재오의 뜻도, 더 이상 이 대통령을 위한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모인 '친이명박 직계' 들이 모인 '민생 토론방'의 의원들도 등록금 자체를 낮추기 위해 국가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라고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화요일 민생토론방 회의에서 김영우 의원은 "등록금을 무조건 낮춰주는 건 대학과 학생들에에 모럴 헤저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고, 장제원 의원은 "솔직히 열심히 공부하면 누구나 장학금 다 받을 수 있다"면서 "여기 국회의원들도 어렵게 공부해서 장학금 받은 분들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대통령도 상고 출신인데, 너무 대학을 보편 교육으로 생각해서, 학생들이 나는 무조건 대학을 가야한다. 그래서 등록금을 낮춰달라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구주류로 불리는 친이계들의 합동 공격이 잇따르자 소장파도 반격에 나섰습니다. 소장파 초선의원들 모임인 '민본 21'이 목요일 정례 모임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성태 의원은 "한나라당에서 사라져야 하는 보신주의 세력들이 서민을 향한 노력을 침소봉대하고 포퓰리즘으로 몰고가고 있다"며 "공개 석상에서 끝장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또 현기환 의원은 정몽준 전 대표가 당 중진의원회의에서 "정치인의 선심성 공약은 탐욕에 눈 멀어 나라는 망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 한 것으로 두고 "재산이 상당한데, 몇 조 원 내놓으면 해결되는 것 아니냐"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한나라당 원내지도부는 6월 안에 등록금부담 경감 정책을 다듬어 공식 발표하겠다고 하는데, 등록금 정책이 이슈가 된 지 한 달이 지나고, 공청회까지 마친 이제야 '포퓰리즘' 이라고 내부에서 비난하고 나오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습니다.

또 그 비난에 대해 '인식공격'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 것을 보고, 어느 국민이 이 한나라당을 하나의 당이라고 생각할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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