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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오만 군데'는 호남에서 '여기저기'

[취재파일] '오만 군데'는 호남에서 '여기저기'

'오만 군데'는 몇 군데 일까요?

사전에는 오만1
        (五萬) [오ː만]
        [관형사] 매우 종류가 많은 여러 가지를 이르는 말

'오'를 길게 읽는 '오~만 군데'는 매우 종류가 많은 여러 곳이라는 뜻이겠는데요,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4만9천999 군데라도 어디였는지 밝히라고 김황식 총리를 향해 추궁했었는데요, 한자로는 五萬이니, 틀린 말도 아니겠습니다.

그런데 김황식 국무총리는 '오만 군데'는 호남에서 '여기저기'란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만 군데라는 말이 특정 지역에서 쓰이는 일종의 방언이었던가요? 아니면, 특정 지역에서는 조금 다른 뜻으로 쓰이는 지역색이 있는 말이었던가요? 아, 새롭습니다.

김황식 총리는 '여기'로 김종창 당시 금감원장을 지목했습니다. 왜 감사원이 공공기관도 아닌 민간 저축은행을 감사하느냐며 그 감독 권한은 금감원에 있으니, 감사를 그만 하라는 '제안'을 많이 받았답니다. 특히 김종창 전 금감원장이 만나자고 했는데 거절했다고 합니다. 참, 잘 하셨습니다.

그리고 '저기'로 친척을 얘기했습니다. 한 친지가 전화를 걸어 ‘왜 민간저축은행을 감사원이 감사하나. 감사원이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네요. 그 말에 ‘그 곳에 부실이 상당히 심각하다고 답해주었다고 합니다. 참으로, 잘 하셨습니다.

여야 의원들은 이 부분이 궁금했습니다.

'권력기관의 청탁은?' '국회의원의 압력은?'

김황식 총리는 권력기관이나 여야 국회의원의 압력은 아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압력의 주체가 '여기'와 '저기'로 마무리 되자, 여야 의원들은 서로 각자의 셈법으로 한숨 돌리는 분위기네요. 김황식 총리가 국회의원을 향해 어떤 '칼'도 당분간 품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여야 의원들은 서로 폭로하기 바쁘네요.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삼화저축은행을 우리금융지주가 인수한 배경에 현 정권에 실세들이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올해 1월에 청담동의 한식당에서 현재 구속기소된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과 곽승준 청와대 미래기획위원장, 이웅렬 코오롱 회장이 함께 만났다면서, 이후에 삼화 저축은행은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에 인수돼 죽지 않고, 살아났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이석현 의원이 지적하고 싶은 분은 '형님' 이상득 의원이었나 봅니다. '이웅렬 코오롱 회장이 코오롱 인연을 활용해 이상득 의원에게 삼화저축은행 구명로비를 했다'는 말이 있다고 넌즈시 '폭로'를 하네요.

이에 질세라,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은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캄보디아 PF 대출사업 막후에 민주당의 김진표 원내대표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김진표 원내대표가 캄보디아에 체류했던 2007년 12월에는 김 양 전 부산저축은행 대표도 캄보디아에 있었다며 둘 사이를 의혹의 눈으로 보라고 하네요. 아, 야당 신임 원내대표를 향한 직격탄인가요?

김진표 원내대표는 오후 본회의가 속개 되자 마자 신상발언을 신청해서 '확인 전화도 한 통 없이 의혹제기를 하냐'며 강력히 항변했습니다. 자신의 출국 날짜를 자세히 따져 보라며 사실무근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저축은행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질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MB의 측근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검찰에 불려 들어가면서, 저축은행에 대한 검찰 수사가 현 정권 실세를 겨냥하자, 청와대는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측도 저축은행 구명 로비를 했다며 폭로를 했습니다.

저축은행이 여기저기 로비에 성공하며 부실을 키워간 데는 여당도 야당도 당당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여당 쪽은 설사 똑같은 책임이 있다 하더라도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 합쳐 10년 동안의 비위 사실과 현 정부 3년여 간의 비위 사실을 비교해보면, 아무리 털어 봐야 10년 동안 벌어진 일이 더 많지 않겠느냐, 결국 국민들이 전 정권을 원망하게 되지 않겠느냐 하고 있습니다.

야당 쪽은 설사 똑같은 책임이 있다 하더라도 저축은행 피해자들이 울부짖는 현 상황에서 국민들이 누구를 더 미워하겠나, 게다가 위기 관리를 제대로 못한 현 정부 책임이 크지 않느냐, 그럼 결국 현 정부를 국민들이 미워하지 않겠나, 하고 있습니다.

정말 누구를 미워해야 하는지, 둘 다 미운데 누구를 더 미워해야 하는지, 누구를 더 원망해야 하는지를 국민들에게 숙제로 내 주는 겁니까?

글이 자꾸만 정치 혐오를 조장하는 쪽으로 흐르는 것 같아, 글을 마무리 짓는 게 어렵습니다. 진행되고 있는 검찰 조사 결과와, 또 뒤따를 국정조사를 더 지켜본 뒤에, 마무리 지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뜨뜻미지근하게 글을 맺는 것을 이해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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