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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바로크 로코코, 그 화려함 뒤의 진실

[취재파일] 바로크 로코코, 그 화려함 뒤의 진실
초록색 수정에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프로이센 프리드리히 2세의 코담배 갑. (17세기엔 순도 높은 향 담배 분말을 코로 들이마시는 코담배가 유행.) 17세기 바로크시대의 장엄함과 화려함을 보여주는 미술품입니다.

뒤이어 18시게에 등장한 로코코시대의 미술품은 세속적인 성격이 더 강합니다. 황금빛 회중시계와 화려한 그림을 자랑하는 부채, 고급 취향의 의상과 시발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화려함은 눈길을 끌게 마련입니다. 올초 국립중앙박물관장을 맡은 김영나 관장이 준비기간을 거쳐 내놓은 사실상 첫 특별전에 그의 기호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실제 최근 이뤄진 기자 설명회에서 김 관장은 자신의 주 전공 분야에 대한 설명에 열의를 보여줬습니다.

아름다움을 아름다움 자체로 인식하는 것은 미술품을 이해하는 하나의 좋은 방법일 듯 합니다. 하지만 바로크나 로코코가 등장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함께 이해하면서 미술품을 본다면 미술품이 갖는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크 이전의 시기는 12세기에서 16세기에 이르는 르네상스의 시깁니다. 그리스 로마 미술 등 고전 세계의 예술과 철학을 재발견하는 시기를 말합니다. 이전 중세의 미술가가 단순히 길드 회원에 불과한 반면 르네상스 시기의 미술가는 지성인으로 분류될 정도로 미술이 부흥기입니다.

이런 미술사조에 변화를 준 것은 바로 종교개혁입니다. 15세기부터 진행된 종교개혁이 미술에 미친 영향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바로 '우상파괴'입니다. 이전까지 종교라는 이름으로 이뤄진 교회에 대한 다양한 표현들이 '우상'으로 폄하된 것입니다. 미술에는 침체기를 예고하는 변화가 종교개혁 시기에 진행된 것입니다.

 권력의 헤게모니에서 큰 축을 차지하던 교회의 권위가 떨어지자 반대편에 있던 왕과 같은 군주는 권위 확대를 위해 기회를 모색합니다. 이 과정에서 군주들은 자신의 권위, 특히 자신의 지배가 신으로부터 또는 명문 지배계층에서 대대로 이어진 결과라는 것을 내세우려 안간힘을 씁니다. 이런 과정에 이용된 게 바로 미술입니다. 자신의 지배를 정당화하려는 장엄하고 화려하며, 또 권위를 내세우는 미술품들이 등장한 것입니다. 이게 바로 바로크 미술입니다.



교회미술도 위축되기는 했지만 바로크의 한 축이 됩니다. 종교개혁을 되돌리려는 '반' 종교개혁 움직임이 예수회를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신의 위대함을 널리 인상적으로 알리려는 사조가 교회를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사실적이고, 감정에 호소하는 식의 교회 미술품들이 많이 등장하는 데, 공교롭게도 이런 미술 경향이 왕권 강화를 목적으로 한 미술사조와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바로크에 뒤이어 나온 게 로코코 미술입니다. 바로크의 주인공이 왕가였다면 로코코는 그 아래의 귀족입니다. 자신들을 드러내고싶은 욕망이 왕가에서 귀족으로 내려온 것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바로크미술의 경우 왕권 강화가 한 목적이었다면 로코코는 이런 정치적 이해는 없어지고 일종의 허영심의 표출이 배경이 됩니다.

바로크 로코코 시대의 미술이 화려하기는 하지만 아름다운지에 대해서는 보는 사람에  따라 시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이를 바라보는 서민들의 시선에는 일부 특권층의 지나친 허영의 표출로 이해됩니다. 프랑스 혁명과 같은 시민혁명이 이들 시대에 이어 일어난 것도 우연은 아닙니다. 자신들의 삶은 하루가 다르게 힘들어져가는데 지배계층의 주변 공간은 하루가 다르게 화려해지는 것을 곱게 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미술도 이처럼 역사의 산물입니다. 어떤 사조의 미술이 오래 지속되려면 많은 사람들이 함께 누려야 한다는 이치를 바로크 로코코 미술이 시사합니다.

영국 빅토리아 알버트박물관 소장품 특별전-바로크 로코코 시대의 궁정문화는 8월28일가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사진에 대한 저작권은 빅토리아 알버트박물관에 있습니다. (Victoria and Albert Museum / V&A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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