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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금융위기와 방사능 재앙의 공통점

카지노 자본주의의 추악한 몰골

[취재파일] 금융위기와 방사능 재앙의 공통점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유출 사고와 수 조 달러를 허공으로 날려버린 미국발 금융위기…

21세기의 앞머리를 뒤흔든 이 두 가지 초대형 사건은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을까? '이익'을 절대 '선'으로 여기며,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폭주해 온 신자유주의와 미국식 금융자본주의를 통렬히 비판해 온 세계적인 석학 스티글리츠 교수는 아무 관련 없어 보이는 이 두 가지 사건이 놀랍도록 닮아 있다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6일자 영국의 가디언지에 실린 칼럼입니다.

스티글리츠 교수가 지적한 핵심은 이른바 전문가 집단들의 '오만'과 '자기 기만'이 시스템의 위기를 가져왔다는 점입니다. 원자력 산업에서나 금융산업의 전문가들 모두 새로운 기술이 엄청난 위기를 완전히 극복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지만, 결과는 완전히 틀렸다는 겁니다. 그 결과가 하도 참혹해서 신기술이 가진 장점들조차 완전히 묻혀 버릴 지경이라는 거죠.

실제로 80년대 이후 이미 여러 차례 크고 작은 금융 위기를 겪어 왔지만 그 때마다 신흥 금융기법들이 등장해 새로운 이익을 창출해 내는 듯 보였고, 많은 전문가들은 이에 도취돼 갔습니다. -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마저도 한 때 기술의 진보가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었을 정도니까요-

원전 산업 역시 이런 모습을 정확히 닮아 있다는 거죠. 전문가들은 늘 사고의 가능성을 '희박'하다거나 몇 백만 분의 일이라며 과소평가했고,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이익'에 '도취'되는 자기기만 속에 좀처럼 잘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위기'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작업은 늘 정확한 예측에 실패했다는 겁니다.

스티글리츠는 결국 "손실은 사회화하고, 이익은 사유화하는 망나니 자본주의 체제로는 절대로 위기관리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단언합니다.

스티글리츠는 우리기 딛고 있는 현재의 위험한 체제를 라스베가스에 비유했습니다.

"라스베가스의 도박판에서는 돈을 잃는 사람이 돈을 따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 우리 체제에서는 대형 은행들과 원자력 산업이 경제 전체와 지구 전체를 가지고 도박을 하듯 위험에 몰아넣고 있다. 그 대가로 은행가와 원자력 마피아들은 유유히 손을 털고 떠날 수 있지만 '사회로서의 우리'는 평균적으로, 거의 명확하게 다른 도박꾼들처럼 돈을 잃게 된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그리고 정부가 안전하다고 강변하는 방사능 안전 기준치조차 원자력 산업의 '이익'을 위해 사회적으로 '합의'된 수준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작업자들의 유해 방사능 노출 수준을 고무줄처럼 늘리기도 했죠. 이는 곧 방사능 안전기준 자체가 실제 임상시험이나 연구 결과에 기초한 의학적 판단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티글리츠 교수의 날카로운 지적을 보면서 생명을 담보로 끝까지 '이익'의 유혹을 놓지 못하는 카지노 자본주의의 추악한 몰골에 절망하고, 국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 대책보다는 신뢰하기 힘든 '안전'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정부의 무능에 한숨이 또 한 번 절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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