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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혼 안 해준다'고 아내 살해? 사건 진실은...

[취재파일] '이혼 안 해준다'고 아내 살해? 사건 진실은...

"(자녀문제와 이혼문제로) 대화를 하다가 순간적으로 모욕적인 말을 해서 나도 모르게 그만 (부인을 살해하고 말았습니다)..." 

어제(30일) 경기도 시흥경찰서에서 만난 남편은 고개를 떨궜습니다. 그는 6년째 별거 중인 부인을 지난 13일 새벽 불러내 자신의 트럭 안에서 목졸라 살해하고, 같은 날 청계산 자락 과수원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의 동거녀가 살해를 직접 도왔고, 동거녀의 오빠와 부친이 시신을 매장하기 위해 옮기는 걸 거들었다고 하니, 일가족 모두 범행에 가담한 셈입니다. 그래도 자기 자식 두 명을 도맡아 키우고 있던 처인데, 왜 그랬을까요.

남편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이미 수년째 내연녀와 동거하면서 두 딸을 낳아 키우고 있던 남편은 부인에게 이혼해달라고 요구해왔고, 부인은 이를 계속 거부해 종종 다툼이 있었답니다. 비록 다른 여자를 찾아 떠난 남편이라도, 두 딸을 '애비 없는 자식'으로 만들고 싶진 않았다는 거죠. 사건 당일에도 이런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 부인으로부터 모욕적인 말과 욕설을 듣고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그러나 경찰의 판단은 다릅니다. 계획적 범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이 한 장의 사진이 많은 걸 얘기해주고 있습니다. 범행 직후 방범용 카메라에 찍힌 남편의 트럭입니다. 

                  



1. 우선 차 앞부분에 번호판이 없습니다.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미리 떼놓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2. 운전석에 앉은 덩치 큰 남자가 피의자인 남편입니다. 그는 13일 새벽 아내를 불러낼 때 휴대폰이 아닌 공중전화를 이용했습니다.

3. 트럭의 운전석과 조수석 뒷공간에는 동거녀가 타고 있었습니다. 내연녀가 좌석이 아닌 비좁은 뒷공간에 몰래 타고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게다가 남편이 부인의 목을 조를 당시, 동거녀는 이를 말리기는 커녕 나일론 끈으로 부인의 목을 감아 살인을 적극 도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4. 사진상으로 잘 보이진 않지만, 조수석엔 이미 숨을 거둔 부인이 쓰러져 있었습니다. 남편은 범행 4일 후인 지난 17일 경찰에 "시흥에 내려준 뒤 연락이 안 된다"며 가출한 것처럼 실종신고를 냈습니다. 그러나 "엄마는 금방 다녀오겠다며 지갑 등 아무 것도 가져가지 않았다"는 딸의 진술이 결국 남편의 거짓말을 밝혀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만일 계획적으로 일을 꾸민 게 맞다면, 동기가 뭘까요. 단지 이혼해주지 않는다는 게 전부였을까요? 아니, 남편이 정말로 이혼을 원하긴 했던 걸까요?

모 중소업체에서 생산직 직원으로 일했던 그는 본처의 두 딸과 동거녀의 두 딸까지 네 자녀의 양육비를 감당하기 위해 퇴근 후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회사를 다니고 있는 그가 1톤 트럭을 산 건 고철이나 종이 등을 모아 동거녀의 오빠가 운영하는 고물상에 팔기 위해서였습니다.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됐을 테지요.

반면 부인에겐 1억 원이 훨씬 넘는 자가 소유 아파트와 차량이 있었고, 보험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부인이 데리고 있는 두 딸은 모두 미성년자(17살, 11살)이므로, 부인 유고시 법적으로 남편이 재산을 상속받게 됩니다. 경찰도 남편이 부인의 재산을 노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남편이 이혼을 원했다는 부분도 사실 의심쩍습니다. 이혼을 하게 되면 딴살림을 차린 남편이 양육비를 계속 부담하는 건 물론이고, 상당한 액수의 위자료도 추가로 줘야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남편은 양육비만으로 허리가 휘는 상황이고요. 이런 정황이 이혼문제보다는 재산을 노린 범행일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수사와 재판을 통해 드러날 사건의 진실이 무엇일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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