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경제동물'들에게 고함(1) '반사이익'이라고?

- 루비니는 왜 ‘최악의 시기’에 닥친 ‘최악의 위기’를 말했나?

[취재파일] '경제동물'들에게 고함(1) '반사이익'이라고?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에 휩쓸려 수십만 민초들의 생명이 위태로운 순간에도 우리가 묻혀 사는 자본주의는 그 천박한 속내를 잘 감출 수 없는 법입니다. 선량한 시민들이 평생을 갈고 닦아온 터전과 아직 남은 꿈들이 시커먼 물살에 흔적없이 쓸려 가는 동안에도 인간에 대한 예의와 연민의 마음은 거추장스런 방해물일 뿐, 온갖 금융공학과 복잡한 설계로 무장한 채 화려한 수사로 치장한 온갖 상품으로 운명의 그 순간에도 엄청난 수익을 올리며 화장실에서 표정관리를 해야 했던 부류들이 적지 않을 터이니 말입니다.

많은 언론들 역시 일본 대지진의 ‘반사이익’과 ‘수혜주’를 거론하며 숟가락을 얹는 모습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습니다. 물론 욕하면서 돈 벌려는 사람들이 더 많은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연 그 천박한 시장에 맨 몸으로 스스로를 내던지며 ‘이익’을 입에 담는 추악한 몰골을 한 언론의 기대처럼 ‘반사이익’과 ‘수혜주’는 지속가능한 얘기일까요?

세계 시장에 일본 기업들과 곳곳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기대는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반박이 됐으니 자세히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첨단 부품과 소재 공급을 일본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기업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반사이익’보다는 ‘동반추락’을 대비하고 걱정하는 게 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되겠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일본 대지진과 지진 해일로 시작된 경제적 충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돼 세계 경제, 특히 서민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우선 대지진과 지진 해일로 일본 내에서 천문학적인 산업피해와 복구비용 문제로 엔화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일반적 예상과는 달리 국제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급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결코 지속가능한 현상이 아닙니다.

엔화 가치의 급등은 일본 내 복구자금과 금융경색등을 우려한 엔화 해외투자자금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다시 본국으로 환류하면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죠. 이른바 ‘엔 캐리트레이드의 청산’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이로 인한 단기적인 엔고 현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엔화 자금의 본국 환류 현상이 ‘풍랑주의보’ 정도라면 저는 일본은행이 최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풀어낸 500조 원 가까운 막대한 자금 방출을 ‘지진 경보’ 정도로 봐야 한다고 봅니다. 단기적으로는 일본으로 가는 엔화수요가 몰리니까 엔 값이 오르겠지만, 엄청나게 풀린, 앞으로도 엄청나게 풀릴 일본은행의 엔화 자금은 장기적으로 엔화 약세를 고착화시킬 가능성이 훨씬 더 높습니다.

많은 분석가들이나 기사들이 일본 경제를 진단할 때 95년 고베 대지진 직후와 지금을 비교하는 데 지진 직후라는 점을 빼면 사실 비교할 만한 유사점이 거의 없습니다. 엔화 가치의 흐름만 놓고 보면 95년 고베 대지진이 아니라 지난 2007년 리먼 사태 이후 달러화의 흐름과 비슷한 경향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리먼 사태 직후 달러 자금의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면서 환율이 폭등했다가 이후 미국 정부의 막대한 달러 찍어내기로 달러 가치가 추락하고 있는 경향이 앞으로 엔화 가치의 흐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계속)

☞[취재파일] '경제동물'들에게 고함(2) 위기를 바로 봐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