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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화재…승강기는 '죽음의 통로'!

아파트 화재…승강기는 '죽음의 통로'!

얼마 전 김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났습니다.

총 네 명의 사상자가 생겼는데, 유일한 사망자가 나온 곳은 화재가 발생한 11층 집이 아니라 12층 승강기였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당시 상황을 한번 되짚어 보겠습니다.

11층에선 60대 할아버지가 80대 노모를 모시고 살았습니다. 베란다 쪽 안방에서 지내는 노모는 눈이 어두워 항상 방문을 열어놓고 잠을 청했습니다. 사건 당일 새벽 3시가 훨씬 넘은 시간, 할아버지는 "불이야, 불이야"라고 외치는 어머니의 작은 목소리를 듣고 잠이 깼습니다. 노모가 침대매트에 깔아놓고 사용하던 전기장판이 과열돼 불이 난 겁니다. 하지만 거동이 쉽지 않은 노인들이 불을 끄거나 바로 몸을 피하기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새벽 4시쯤 할아버지는 노모를 모시고 승강기를 탔습니다. 이분들이 11층에서 승강기를 타고 1층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4분쯤. 당시 CCTV를 보면 11층 문이 열릴 때부터 연기가 밀려들어 시야를 가리면서, 버튼을 제대로 누르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1층엔 이 아파트에 사는 지인을 찾아온 40대 남성 두 명이 승강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두 명은 주민들과 함께 노인들을 구조한 뒤 말릴 새도 없이 승강기에 올랐습니다. 잠시 뒤 이들 중 한명은 12층 승강기 앞에서 사망한 채로, 다른 한명은 승강기 문에 반쯤 끼인채 혼수상태로 소방관들에 의해 발견됐습니다. 

이들이 연기 속에 있었던 시간은 길어야 10분. 새벽 4시 7분쯤 주민이 소방서에 신고했고, 4시15분 소방관들이 아파트에 도착했습니다. 직후 소방관들은 노인들을 구조했습니다. 바로  소방관들이 계단으로 올라가 바로 남성들을 발견했지만, 때는 이미 늦어 있었습니다.

불은 11층 노인들이 지내던 집만 전부 태우고 위층으로는 번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승강기 통로로 스며든 유독가스는, 승강기가 올라가면서 위층으로 더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뒤늦게 센서가 연기를 감지하고 승강기 문이 12층에서 열렸지만, 더 많은 유독가스가 밀려드는 바람에 두 사람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소방관들은 '대류현상', 혹은 '굴뚝효과'라고 부르는 현상 때문에 피해가 커졌다고 지적합니다. 밀폐된 채로 1층부터 최상층까지 뚫려 있는 승강기 통로 안에서 승강기가 움직이면, 공기의 흐름이 발생합니다. 그렇게 되면 연기가 일반 기압에서 움직이는 속도보다 훨씬 빨리 이동하게 됩니다. 불이 난 11층 복도보다, 12~13층 복도가 훨씬 더 시커멓게 그을은 점도 당시 연기의 흐름을 짐작케 하는 부분입니다.

때문에 승강기가 있는 고층 아파트에 불이 날 경우 절대 승강기를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비상계단을 이용하거나 그마저도 불가능할 경우엔 신고를 하고 창문 근처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편이 안전하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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