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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 너무 믿지 마세요

내비게이션 너무 믿지 마세요

밤에 내비게이션이 가르쳐주는 길만 따라가다가 승용차만 다닐 수 있는 굴다리에 끼어버린 관광버스 기사를 최근 썼습니다.

그 사건을 접하고 현장 굴다리에 가보니, 높이제한 표지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습니다. 주변 분들도 "아니, 저걸 못봐?"하며 혀를 찼습니다. 누가 봐도 내비게이션 잘못이라기보다는 운전자 과실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습니다. 내비게이션은 다양한 경고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과속방지턱이 앞에 있으면 주의하라고 하는 것처럼요. 그런데 왜 높이제한 지역에선 경고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을까. 사고 운전기사도 저와의 전화통화에서 "경고 메시지가 있었으면 내가 미쳤다고 그리로 갔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처음에는 높이제한 구역에 대한 경고 기능이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를 비롯해 같이 취재를 한 네 명 모두 높이제한 경고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확인 결과는 '놀랍게도'(^^) 높이제한 지역 경고 기능은 있었습니다. 다만 경고 기능을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울리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내비게이션 맵 업체 관계자는 "기본 설정으로 돼 있는데 운전자들이 시끄러우니까 껐을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업체 측의 거짓 변명이었습니다. 사고 기사도, 저도, 다른 사람들도 높이제한구역에 대한 경고 기능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사용자가 초기에 설정을 바꾼 게 아니라, 업체가 애초에 기본값(디폴트)으로 높이제한구역 경고가 작동하지 않게 해놓았다는 얘기입니다. 사고 책임이 업체 쪽으로 쏠리는 걸 원치 않아서 둘러댄 거겠죠.

게다가 제가 높이제한 경고 기능을 설정하고 같은 지역을 주행해봤지만, 여전히 경고 기능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내비게이션의 맵은 3일 전에 업데이트 한 최신본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업체 측의 지도 업데이트에 시차가 있을 수 있고, 내비게이션이 위성통신을 통해 작동되기 때문에 지형지물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현대인의 필수품인 내비게이션은 완벽하지 않고, 항시 '오차'를 지니고 있다는 겁니다. 

기술발전의 딜레마가 여기서도 반복됩니다. 내비게이션이 세상 모든 길을 안내해주는 것 같지만, 내비에만 의존했다간 눈앞의 코끼리도 못보게 되는... 그래서 내비는 언제나 운전의 보조수단이어야 합니다. 유재석씨처럼 외쳐봅니다. "기계는 기계일뿐 맹신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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