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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 판다 외교만 성공?

미국 언론들 자조적 평가 내놔

미중 정상회담, 판다 외교만 성공?



워싱턴DC 국립동물원 판다관에서 한가롭게 놀고 있는 두 마리의 자이안트 판다입니다. 위는 12살 된 암컷 메이샹, 아래는 13살 된 수컷 톈톈입니다. 메이샹은 정적이고, 톈톈은 한시도 가만 있지 못할 정도로 동적입니다.

지난 주 후반에 찾아가 만났습니다. 겨울철이라 일반 관람객들에게 공개되지는 않았는데, 이 날은 취재진들에게 두 판다를 공개했습니다. 두 나라가 지난달로 끝난 10년 동안의 판다 임대계약을 앞으로 5년 더 연장하는 새로운 협정을 체결했거든요.

공교롭게 이 날은 미중 정상회담 다음날이어서, 판다가 21세기 새로운 미중관계를 상징하는 동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특히 미중 정상이 이런 저런 합의에도 불구하고 위안화와 중국 인권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인 것과 달리 판다 문제에서는 거의 완벽할 정도의 합의를 이뤄내 '판다 외교'만큼은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앞으로 두 나라는 톈톈과 메이샹이 2세를 출산하도록 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기로 했습니다. 혹 어느 한 쪽에 신체적 문제가 있다면 중국에서 다른 판다를 들여와서라도 워싱턴 동물원産 판다를 꼭 만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중국측도 전폭적인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1972년 죽의 장막을 처음으로 걷어낸 닉슨 당시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이후 시작된 미국과 중국의 판다 외교는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렇게 성공적으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날 후진타오 주석은 워싱턴을 떠나 시카고로 갔습니다. 중국문화언어 교육센터인 공자학원이 있는 고등학교와 중국기업 제품 전시장을 둘러봤습니다. 미국 언론은 "후주석이 시종 온화한 표정으로 학생들을 격려한 뒤 스무 명의 교사와 학생들을 올 여름 중국으로 초청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고등학교에 설치된 이 공자학원의 연간 운영비 가운데 1/3정도를 지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내에서 점점 커지고 있는 중국의 비중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라는 점에서 후주석의 시카고 방문 일정에 포함된 것 같습니다. 워싱턴에서 열린 두 차례의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비공식, 공식 만찬 일정이 후주석에게 긴장의 연속이었다면 시카고 일정은 편안하게 중국의 부상을 재확인해보는 일정이었습니다.

그리고 후주석은 중국으로 돌아갔고 이 곳 미국 언론에서는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가 한창입니다. 21세기 새로운 국제질서의 틀을 짜는 역사적인 정상회담이었다는 조금은 지나친 평가가 나왔던 이번 정상회담이 미국쪽 시각에서 과연 이득이었는지, 아니면 손해였는지를 정산하고 있는 것이죠. 결론적으로 종합해 보면 미국 언론들은 '실패한 정상회담'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 우라늄 농축 문제를 인정하고 함께 우려를 나타내며 경색됐던 한반도 정세를 푸는 데 상당부분 기여하기는 했지만, 경제 분야에서 미국은 기대했던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분석들을 하고 있는 거죠. 이미 미국 혼자서 이끌어가는 세상은 끝났음을 미국측도 솔직하게 인정하고 있고, 이제 미국과 중국이 함께 세계를 주도하는 이른바 G2 시대가 된 것도 미국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중국쪽에는 결코 손해볼 게 없는 이벤트였습니다. 중국의 부상과 힘을 전 세계에 유감없이 보여준 셈이니까요.

미국은 오히려 경제 쪽에 신경을 썼습니다.  중국 인권문제와 위안화 문제를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거론하고 나선 것도 어떻게든 중국을 압박해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게끔 하려는 전략이었다고 합니다. 그 결과로 중국은 보잉 비행기 200대를 사주기로 하는등 45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 구매 계약을 해주겠다는 선물을 내놓았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3만 5천 개의 일자리가 생기게 된다며 이 450억 달러 구매계약을 유난히 강조했습니다. 내가,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이만큼 얻어냈다는 과시죠.

하지만 미국 언론들의 시각은 냉담합니다. 오늘자 워싱턴 포스트 사설란에 실린 칼럼의 내용을 요약하면 딱 두 문장입니다.

"미국은 상호 이익이 되는 미중 무역을 통해 2차대전 이후 세계질서를 더욱 확장하는데 목표를 둔 반면 중국은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우선하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추구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정학적 목표(북한과 이란 핵 문제 해결 정도)를 지원하는 대가로 기술과 금융분야에서도 패권을 잡게 됐다. 미국 당국자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

뉴욕타임스는 한 예로 매사츄세츠주에 있는 태양열 전지판을 만드는 한 공장의 얘기를 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똑같은 분야의 중국 기업들에 무차별적으로 보조금을 제공하면서 견디다 못한 이 공장이 결국 문을 닫고 말았는데 그 결과 800명의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매사츄세츠주 정부가 4천3백만 달러를 지원해주기도 했지만 중국 정부의 지원에는 턱없이 모자랐다고 합니다.

중국의 태양열전지판 생산은 3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미국 입장에서는 WTO 규정에 어긋나는 불법적인)지원으로 지난 5년 사이에 50배 이상 늘었고, 지난해의 경우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 정부의 지원금은 사실상 공짜라고 미국 정부는 보고 있지만, 세계무역기구 제소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손놓고 당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부분에 관한 얘기는 이번 미중정상회담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는 거겠죠.

워싱턴 포스트는 중국이 이제 고속열차 강국이 된 경우를 지적하면서 해외 선진기업의 기술을 중국기업들이 쏙쏙 빼가고 있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것도 중국 정부의 지원이라는 건데요, 다름 아니라 외국 기업들이 싼 노동력과 부지를 찾아 중국에 공장을 세우면 중국 정부가 의무적으로 기술 이전 규정, 특히 핵심 기술 이전을 담보로 잡도록 했다는 거죠. 

또 중국 정부가 풍부한 달러를 토대로 지난 2년동안 세계은행보다 더 많은 개발도상국에 돈을 빌려준 사실과 해외 자원들을 싼 가격에 확보하고 있다는 것도 미국의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미국 소프트웨어 제품의 90%가 가짜라는 것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사실 지난 주 미중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은 협력관계라는 말을 셀 수 없을 정도로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수 없는 게 국제 관계이자 외교입니다. 중국이 클대로 커진 이상 미국과 중국은 때로는 협력하겠지만 더 많은 경우 경쟁할 수 밖에 없습니다.특히 북한 문제를 고리로 한 국제 정치 질서라는 차원에서도 중국은 미국과 다른 쪽의 이익을 대변하는 나라로 자리 잡았고, 경제면에서는 이미 미국의 바지춤을 잡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이 미국보다 인구는 너댓배 많지만 아직도 미국 경제 규모가 중국의 세 배 이상 된다."고 큰 소리 쳤지만 그 건 결국 큰소리에 불과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인 것 같습니다.  

특히 중국이 아직도 개발도상국이라는 점과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을 내세워 국제규범과 어긋나는 일들을 (인권, 지적재산권, 환경, 기술 빼내기 등등등) 버젓이 하면서 한편에서는 세계 2대 강국의 지위를 확보한 상황을 어떻게 바꿔볼 수 있는 (하다 못해 중국의 행동을)능력이 미국 정부에는 없어 보인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결론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성공한 것은 '판다 외교'뿐이라는 자조적인 평가가 나오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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