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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국방부의 별난 별판 코미디

'별'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전쟁천재' 나폴레옹은 1815년 워털루 전투에서 영국군에 대패합니다. 이후 세인트헬레나 섬으로 유배된 뒤 조용히 역사 속에서 사라집니다.

나폴레옹을 잡은 영국의 웰링턴 장군은 전투를 앞두고 병사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나폴레옹은 5만 군사의 위력과 맞먹는다."

나폴레옹의 깃발이 달린 말이 전쟁터에 모습을 드러내면 병사들의 사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취지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만큼 전투에서 장군의 존재감과 카리스마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국방부가 요즘 이 '별'을 갖고 말이 많습니다. 지난해 말 김상기 육군 참모총장은 육군 장군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는데요, 장군들 차량 번호판에 다는 별판(성판)을 떼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장군만 백명이 넘는다는 국방부 승용차에 모든 별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일주일도 안 돼 국방부에서 별판을 달기로 말을 바꿨습니다. 공식적인 경우라고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습니다.

장군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와 존중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대령에서 장군 되기가 얼마나 어렵습니까?

별은 군 내부에서 성공한 군인이라는 상징적인 의미 맞습니다. 한때 장성 인사비리 문제로 말도 많았지만 혈연,지연을 감안해도 별은 능력을 인정받은 존경받을 자격이 있는 군인들이 다는 것도 큰 틀에서 맞다고 저는 봅니다.

장군은 존경받아야 합니다. 힘있고 빽있는 집안 자녀들... 심지어 연예인들까지도 군대 안 가려고 꼼수 부리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목숨걸고 최일선에서 나라 지키는 '호국 안보의 최전방' 장군들을 영웅으로 인정해주는 사회적인 풍토가 조성되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천안함 연평도 사태를 거치면서 국방부 장관이 바뀌는 상황에 국방개혁 논의가
주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군을 개혁하겠다고 시작했던 상징적인 의미 중에 하나가 별판 떼기였습니다. 권위는 중요하지만 권위주의를 배격하자 형식과 행정주의에서 벗어나자는 취지에서 군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것 아닙니까?

그런데 이제와서 다시 별판을 달게 해 달라니... 존경받아야 할 군의 개혁의지가 퇴색되는 것 같아 모양새는 썩 좋지 않아 보입니다.

장관이 예비역 장성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에 별판 논의에서 한발 물러섰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더 큰 문제 아닐까요? 대통령이 '자기 살을 깎는 각오를 갖고' 군 개혁에 임해달라고 강조했습니다만, 장관이 예비역 장성 선배들 무서워서 소신껏 정책을 이끌어가지 못한다?

대통령보다 국민의 여론보다 군의 선후배 위계질서가 그 정도로 대단한 개혁의 벽이었다면 군개혁의 시작은 군 자체가 아닌 군 내부의 '관행'이 먼저 아니냐고 저는 생각합니다.

뉴스가 나가고 국방부 관계자들로부터 많은 전화를 받았습니다. '악의적인 보도다', '실망했다' 등등 해프닝인지는 모르겠지만 국방부 출입과정에서 등록된 차량이 아니라며 30분 동안 국방부 앞에서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국방부 신참 출입기자가 군을 잘 몰라서 쓴 기사라는 비아냥은 감수하겠습니다만 국방개혁에 대한 군의 의지가 '화장실 가기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지' 계속 주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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