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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장비도 구조사도 없다! '무늬만 구급차'

<8뉴스>

<앵커>

응급환자가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그 생명은 사실상 타고가는 구급차에 달려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운행 중인 상당수의 응급차량이 장비나 인력에서 모두 '엉터리'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먼저, 그 실태를 박현석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화요일 자정 무렵.

서울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 사설 이송단 소속 구급차 한 대가 도착합니다.

응급 출동이라는 문구에, 차량 옆면에 빨간색 띠를 두른 특수 구급차량입니다.

차량 내부를 들여다 봤습니다.

특수구급 차량이 갖춰야 할 심폐 소생술 장비와 기도 삽관장치 등을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특수구급차 운전자 : 제가 차를 받은 지 얼마 안 돼 가지고….그런 어려운 말씀(장비·장치 이름)은 잘 못 알아듣겠는데….]

또 다른 특수 구급차량입니다.

차량 내부를 촬영하려 하자, 응급 대원이 황급히 손으로 막아섭니다.

장비를 제대로 갖췄더라도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모두 무용지물입니다.

특수구급 차량에는 응급 구조사나 의사, 간호사가 반드시 1명 이상 동승하도록 돼 있지만, 이 차량엔 운전기사 뿐입니다.

[(구조사 같이 오셨어요?)구조사분은 지금 사무실에 있는데…. 구조사가 비번이에요.]

심지어 지방세나 환경개선 부담금 같은 공과금을 내지 않아 차가 압류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전직 환자 이송단원 : "(폐차될) 대부분 차량들이 세금 등이 체납되면 차량 운행이 불가능하니까 서류상으로만 다니는 차도 있어요."]

이렇게 엉망으로 운용되다 보니, 지난 2006년 전기 자극으로 심장마비 환자를 소생시키는 장비인 제세동기를 사용한 경우가 5%에 불과했습니다.

또 지난해의 경우 제때에 치료 받지 못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 비율이 32.6%에 달해, 미국이나 싱가포르 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송근정/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필수적인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구조사의 탑승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장비가 없는 경우에는 환자 상태가 나빠질 뿐 아니라 사망할 수도 있고.]

응급상황에서 환자를 살릴 수 없는 허울 뿐인 구급차가 소중한 생명을 싣고 도로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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