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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칼럼] "당장 부모님께 안부 전화라도"

<8뉴스>

여러분 휴대전화 갖고 계시죠?

얼마전 통계에 따르면 이동전화 가입자가 4천만 명을 넘었다니 우리는 이미 1인 1휴대전화 시대를 살고 있는 셈입니다.

세상 참 많이 변했죠?

제가 어렸을 때는 전화가 무척 귀했습니다.

아버지가 신문 기자여서 우리 집에 비상 연락용 전화가 있었는데, 그게 우리 동네 유일한 전화였습니다.

당연히 누구네 며느리 아이 낳았다, 누구네 할아버지 돌아가셨다 등 급한 전화는 모두 우리 집으로 왔고, 저는 온 동네에 그 전화 통지 심부름을 했습니다.

제가 오지 여행을 할 때는 집에 전화를 자주 못했습니다.

국제 전화 요금 비싼 것만 생각하고 엄마가 제 소식을 마음 졸이며 기다리는건 염두에 두지 못한거죠.

위험한데만 골라다니는 딸이 아픈건 아닌지, 험한 일을 당하는 건 아닌지 얼마나 궁금하셨겠어요?

돈 아끼느라 몇 달 만에 큰 맘 먹고 전화를 걸면 엄마는 "니 어디고" 하면서 말을 잇지 못하셨습니다.

그게 안도의 눈물이라는 것도 모르고 저는 번번이 이렇게 말했어요.

"엄마, 이 전화가 얼마나 비싼건데, 울려면 빨리 다른 사람 바꿔줘요."

통화료는 2만 원 남짓, 고작 그 돈을 아끼느라 엄마의 애간장을 그렇게 태우게 했던 겁니다.

뒤늦게야 저는 알았습니다.

안 그런 척 하여도 부모님은 늘 자식들의 전화를 애타게 기다리신다는 사실을.

몇 해 전에 엄마가 돌아가셨습니다.

이제는 아무리 전화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게 되었어요.

우리 엄마하고 딱 5분만 통화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통화료는 2만 원이 아니라 20만 원, 아니 2백만 원이라도 기꺼이 낼텐데 말이예요.

설 명절입니다.

말 난 김에 여러분 지금 당장 부모님께 안부 전화 한통 드리면 어떨까요?

"어머니, 아버지, 저예요.", 이 한마디가 부모님에게는 무엇보다도 반가운 명절 선물일겁니다.

(한비야/월드비젼 긴급구호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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